배민, 교촌 점주들 대상으로 ‘배민 온리’ 협약 추진
높은 쿠팡이츠 성장세 영향···배민 점유율 방어 작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에 교촌치킨이 홀로 입점하는 ‘배민 온리’ 협약이 무기한 연기됐다. 배민은 교촌을 자사앱에서만 입점시켜 수수료 인하 혜택을 제공하려 했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높아져 일단 신중모드에 돌입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과 교촌에프앤비는 배민 온리 계약 체결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배민 온리는 교촌이 쿠팡이츠에서 입점을 철회하고 배민에만 입점하면 우아한형제들 측에서 중개수수료 인하 등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배민이 교촌 점주들 대상으로 배민 온리를 추진 중이다. / 사진=챗GPT
배민이 교촌 점주들 대상으로 배민 온리를 추진 중이다. / 사진=챗GPT

현재 배민에 입점한 점주는 매출에 따라 2~7.8%의 중개수수료를 낸다. 협약에 따른 구체적 수수료 인하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배민 온리에 입점하면 파격적인 중개수수료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민 측은 “배민 온리 입점은 강제 사항이 아니며 점주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 방식”이라며 “중개수수료 인하 혜택은 쿠팡이츠 입점 철회를 선택한 점주에 한해 제공된다”고 밝혔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배민에게 관련 제안을 받은 뒤 점주들과 협의를 진행했고,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상당수의 점주가 동의해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점주 선택에 따라 우대 수수료 혜택 없이 쿠팡이츠에 입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배민이 교촌을 겨냥해 배민 온리 카드를 꺼낸 것은 쿠팡이츠 성장세에 따른 위기감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3월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을 상대로 무료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충성 고객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이츠 월간활성사용자(MAU)는 지난 4월 728만명에서 5월 1144만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배민 MAU는 2244만명에서 2174만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8%로 1위로 추정되고 있다. 그 뒤로 쿠팡이츠(28%), 요기요(13%) 등 순이다. 아직 배민이 국내 배달앱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쿠팡이츠가 와우 멤버십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보이자 배민이 배민 온리 카드를 꺼낸 것으로 관측된다. 치킨업계 유일한 상장사 교촌을 내세워 소비자, 입점 혜택을 강화하면 배민 점유율을 더 높여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배민과 교촌 협약에 대해 반신반의한 주장을 내놓았다.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따르면 점주들은 “배민이 교촌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제시했을 것”, “배민이 프랜차이즈 매출이 높은 교촌을 일부러 택한 것 같다”, “배민 이용률이 떨어지면 배민이 어떤 혜택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등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배민과 교촌은 전날 배민 온리 계약 체결 작업을 일단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협의가 불발된 것은 아니지만 교촌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더 청취하고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업주 부담 완화와 고객 혜택 강화를 위한 협업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가맹점주 의견을 더 청취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협업하기 위해 추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안팎에선 배민과 교촌 협약을 놓고 ‘공정거래법 위반’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달 플랫폼이 입점사에게 수수료 인하를 내세워 경쟁 업체 입점을 막는 행동은 곧 불공정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공정거래법 45조에 따르면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배달앱 업계가 추산한 시장점유율. / 표=김은실 디자이너
배달앱 업계가 추산한 시장점유율. / 표=김은실 디자이너

배민은 배달뿐 아니라 소비자 혜택을 강화해 고객 이탈을 막는 것에 힘쓰고 있다. 배민은 멤버십 배민클럽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CJ ENM의 OTT 티빙과 손잡았다. 기존 배민클럽은 이용료 3990원을 내면 배달비 무료와 쇼핑, 장보기 쿠폰 등을 제공한다. 여기에 월 3500원을 더 내면 티빙까지 구독할 수 있다.

티빙은 프로야구와 프로농구 라이브 스포츠 중계, 티빙 오리지널, 인기 방송 VOD, 국내외 영화 및 해외시리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배민은 티빙을 통해 쿠팡의 쿠팡플레이에 맞서겠단 의도다.

여기에 배민은 이마트와 GS리테일,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업체들과 협업해 배민 커머스(장보기·B마트)를 강화하고 있다. 즉시배달 서비스 배민B마트 일부 매장의 오픈시간을 오전 6시로 앞당겼다. 쿠팡 역시 스타벅스를 비롯해 꽃, 반려용품, 뷰티용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쿠팡은 송파구와 같은 일부 지역에선 이츠마트 서비스도 시범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교촌은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 전략을 활용한 매출 상위 브랜드 중 하나였다. 배민 입장에선 자사 이용자 이탈, 점유율 하락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며 “교촌을 배민에만 입점시키면 단기적으로는 배민 실적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문제시돼 일단 협약을 중단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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