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 규제 차이 심화···투자금 지방으로 쏠릴지 주목
지역 부동산 경기 회복되면 지방은행 '반사이익'
기업대출 노리는 시중은행···지방 침투하면 '부담'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BNK경남은행, BNK부산은행, JB전북은행, JB광주은행 본점.  / 사진=각 사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BNK경남은행, BNK부산은행, JB전북은행, JB광주은행 본점.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정부가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방은행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방은 고강도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에 지역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사업도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늘리려고 하는 점은 지방은행을 위협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권 주담대의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수도권 집값이 지난달 급등하자 내린 조치다. 더불어 이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시행되면서 수도권 지역에 강도높은 규제가 이뤄졌다. 3단계 DSR이 적용되면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게다가 정부는 추가 규제도 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열린 취임 30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 대책과 관련해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추가 강화 등이 거론된다. 규제지역은 대부분 수도권인 것을 고려하면 대출 규제는 계속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수도권과 지방 간의 규제의 강도 차이도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올해 초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할 때 지방은행에는 대출여력을 더 부여했다. 대형 시중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성장률을 1~2%로 관리할 것을 주문했지만 지방은행은 5~6%까지 허용한 것이다.

게다가 비수도권 지역의 주담대에 대해선 올해 말까지 3단계 DSR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지방의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선 정부의 규제가 지방은행에 기회가 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수도권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 흐름이 지방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지방은행은 지역 부동산 침체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영업이 크게 부진했다. 부산은행은 성장률이 1%를 밑돌았으며, 전북·광주은행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13% 넘게 성장했으며, 대형 시중은행도 6% 늘었다. 

지방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주택·분양업계에 따르면 이달 지방에서는 총 2만28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분양 물량이다. 더구나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지역은 대부분 교통망 확충, 산업단지 개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병행되는 곳이란 점이다. 지방의 신축 아파트 청약 성적이 그간의 부진을 털어낸다면 지방은행의 대출자산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중은행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늘리려고 하는 점은 변수다. KB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기업대출을 순증하는 평가 점수를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아예 지난달 ‘소호사업부’를 신설해 소상공인 대출을 확대할 준비를 했다. 이와 함께 나머지 은행들도 기업대출 금리 우대 규모를 늘리는 등 영업 강화에 나섰다. 

이러면 대형 시중은행은 수도권을 넘어 지방까지 영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2023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경쟁이 벌어지면서 신한·우리은행은 지방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우리은행은 지방의 주요 산업단지가 있는 곳에 중소기업 대출 전문 지점을  세우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방은행은 가계대출을 늘리더라도 기업대출이 줄어들어 전체 대출 성장률은 부진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BNK부산·경남은행은 시중은행의 거센 공세의 영향으로 지난해 대출 성장률이 각각 1.3%, 3.5%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강도 대출 규제의 칼날이 지방은 빗겨갔지만 실제로 지방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면서 “더구나 지방은행의 건전성 수준이 좋지 못한 점도 올해 대출 영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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