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이사회 일반주주 입김 커질 듯
“투명경영”vs“소송남발” 분분
공공요금 인상 압력 증가 관측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와 소액주주 보호 취지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 환경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회사 경영이 오너, 대주주 중심에서 일반주주에 미칠 영향도 감안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공정한 회사문화 정착으로 기업 가치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반면, 회사 경영 전반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배임죄 같은 소송 리스크와 함께 행동주의 펀드 입김이 강해지면서 경영권이 흔들릴 여지가 커질 수 있단 진단이다. 공기업은 국정 방향보다 이윤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해지고,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3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상정, 재석 272인 중 찬성 220표, 반대 29표, 기권 23표로 가결시켰다. 제안 설명에 나선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사가 총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규정하고 전자 주주총회를 현장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며 “여야 합의를 거쳐 1500만 소액 주주의 기대를 담아 만들었다”고 법안 취지를 밝혔다.

◇ 이사충실의무 확대 공포 즉시 시행···집중투표제는 보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으로 기존 회사에서 주주를 추가한 부분이다. 이사가 직무수행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토록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기존 오프라인 주주총회와 병행해 전자주총을 개최하는 걸 의무화하고, 상장사가 선임하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의무선임비율을 1/4에서 1/3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고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3%룰’도 반영됐다. 사내·외이사 감사위원 선출시 모두 대주주 의결권 합산을 3% 이내로 제한했다. 현재는 최대주주가 사내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에만 특수관계인 등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해 3% 초과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데, 사내, 사외 이사 여부에 따라 다르게 규율하는 게 비합리적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개정안 내용 중 이사충실 의무 확대는 정부 공포 즉시, 전자주총 의무화는 내년 1월 각각 시행된다. 3%룰과 독립이사 변경은 1년 유예기간을 뒀다. 

다만, 여당 추진안 중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고,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부분은 여야가 공청회 등을 통해 좀 더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 기업 경영 일반주주 영향력 증대···기대·우려 엇갈려 

이번 상법 개정은 오너, 대주주 이익을 위해 이사회가 일반주주 이익을 희생시키는 의사결정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단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최근에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태광산업 교환사채 발행 등 대주주의 사익 편취과 일방적 인수합병, 분할이 일반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회사의 의사결정이 이어졌다.

개정 내용은 모든 회사(법인)에 적용되기에 기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경영에 영향을 주는 이사회가 기존엔 회사 이익에만 충실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소액, 일반주주 이익까지 고려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로 인한 파장은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일반주주 권익 향상으로 주식에 대한 매력도 높아지면서 주가가 오르고 배당금도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여야가 상법개정을 합의 처리한 것도 최근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주식에 대해 높아진 개인투자자 여론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 

실제 이날 코스피 지수는 상법 개정에 따른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이 반영되며 전 거래일 대비 41.21포인트 오른 3116.27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약 2년 만에 3100선을 돌파했다. 

반면, 이사회의 판단 기준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면 결과적으로 회사의 발전보다 당장의 이윤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단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단체 관계자는 “이사회가 회사를 위한 결정을 내렸더라도 주가 하락 등 개별 주주의 이익과 배치된다면 형사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며 “이윤이 나더라도 고용이나 시설투자보단 배당금 확대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3%룰 확대는 감사위원 선출시 대주주 입김이 축소되면서 외부 감시 기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와 행동주의펀드 입김이 세지면서 경영권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엇갈린다. 상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부기준 마련 등 추가 대책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 상장 공공기관도 영향···“정부 지시 부담 커질 수도”

일반 기업에 더해 상장 공기업 경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은 특성상 단기적 손실을 입더라도 장기적 공익을 추구하는 경영방향을 갖고 있다. 법 개정으로 정부 국정 방향과 발맞추는 데 부담이 커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공기업 업무 관련한 지시를 하는 것도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주주 소송 증가 가능성은 민간기업보다 공기업이 더 클 것이란 의견도 있다. 상장 공기업의 경우 주로 성장주보다는 배당주로 분류돼 투자자들이 배당금에 더 민감하단 분석이다. 이에 전기료와 가스료 등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알박기, 낙하산, 찍어내기 등 정치적 수식어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 임원진에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단 의견도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공기업 임원진에 있어 전정권 출신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나”라며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압박수단이 하나 더 늘어났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기업에서 우려하는 것들은 사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면 생길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법안 통과 이후 문제점이 불거지면 야당과 추가 논의키로 한 사안과 함께 살펴보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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