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1100억 증자···한달 새 5000억 신주 발행
기은, 3000억 후순위채 결정···향후 증자도?

(왼쪽부터)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 사진=각 사
(왼쪽부터)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잇달아 자본확충에 나섰다.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맞춰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작업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보유한 HMM 주식의 가치가 크게 오른 탓에 자본 사정이 빠듯한 상황이다. 더불어 기업은행도 오는 9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이 도래하는 등 자본에 여유가 많지 않다. 

◇ 첨단산업 지원해야 하는데···HMM 지분 부담 커진 산업은행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11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 5월 말 3882억원의 증자를 한 이후 한 달 만에 증자가 이뤄졌다. 산업은행은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국책은행으로 신주는 정부가 모두 사들인다. 이번 증자로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의 올해 3월 말 기준 BIS비율은 14.04%로 한해 전과 비교해 0.24%포인트 하락했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위험가중자산은 은행이 보유한 자산에 각 자산의 손실 위험에 따라 가중치(위험가중치)를 매긴 것을 뜻한다. 은행이 대출을 내주거나 기업 지분 투자 등을 통해 금융자산이 늘어나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 BIS비율은 하락한다. 이에 은행은 사업 규모를 늘리기 위해선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를 발행해 BIS비율을 올린다. 

정부가 신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산업에 투자를 집중할 것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새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서 1조2000억원은 신산업 분야에 투입된다. 이러한 정책 수행에 있어 핵심 기관이 산업은행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정권교체가 이뤄지기 전인 지난 3월에 AI,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로봇 등에 투자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기금은 총 50조원의 대규모로 운영된다. 산업은행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업무 보고를 할 때 이 계획도 설명했다. 새 정부가 신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이 기금은 실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산업은행은 BIS비율에 여유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구나 산업은행은 보유한 HMM 지분 33.73%으로 인해 BIS비율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이 특정 기업 지분을 15% 이상 가지면 BIS비율 산출할 때 위험가중치가 크게 상승한다. 15%까지는 250%의 위험가중치가 매겨지지만, 초과분에 대한 가중치는 규정 상 가장 높은 1250%로 크게 뛴다. 산업은행은 HMM 지분 중 약 18%에 해당하는 부분에 1250%의 가중치를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HMM 주가가 크게 뛰어 HMM 지분을 위험가중자산으로 환산한 액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 자료= 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자료= 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중기대출 확대 급한 기업은행,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도래 '부담'

또 다른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후순위채로 조달한 금액은 자본으로 인정되기에 기업은행의 BIS비율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기은의 이 수치는 14.78%로 전년 동기 대비 0.16%포인트 내려갔다.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맞춰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도 자본 사정이 녹록지 않다. 덩치가 비슷한 주요 시중은행은 이 비율이 16%를 넘어서고 있다. 더구나 기업은행은 위험가중치가 다른 대출보다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주로 취급하기에 BIS비율 하락 가능성은 더 크다.

특히 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에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오는 9월에 상환해줘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추가 자본확충 없이 이를 상환하면 BIS비율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가 경기부양 의지가 강력한 만큼 국책은행도 대규모 자금을 풀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특히 기은은 BIS비율 지표 중 하나인 보통주자본비율이 낮은 만큼 향후 증자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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