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전날 종가 기준 최근 3거래일 동안 43% 상승
100%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원전 사업 조명 영향
재평가 기대 속 2016년 기록한 6만3700원 넘을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만년 ‘저평가주’로 불리던 한국전력이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가 급락 후 재차 가파른 상승 흐름을 만들어 내면서 주도주와 같은 면모를 보인 것이다.
원전 사업을 하는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의 가치가 부각된 데다,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역대 최고가 돌파 가능성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급락했던 한국전력의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3만17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전기요금 동결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악재로 이달 10일 2만6700원까지 밀렸다. 그러다 흐름이 급변하면서 지난 24일 하루에만 20.71% 급등했고, 25일과 26일에도 각각 11%, 7.27% 오르며 8년 만에 4만원대 주가를 회복했다.
이번 한국전력의 주가 흐름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6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온 한국전력은 반등이 나올 듯하면 다시 꺾이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지난해에도 비슷했는데, 4월과 11월 각각 2만원선을 돌파하며 상승 흐름을 만들어 내는 듯했지만 재차 1만원대 주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국전력의 이 같은 상승세는 원자력 테마가 붙은 영향이 컸다. 원자력 테마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원전 확대 움직임, 차세대 원전인 SMR(소형모듈원전) 시장 확대 기대 등으로 올 들어 가파른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이 원전 사업을 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5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전력이 명백한 원전 산업 확장의 수혜주라며, 숨겨진 사업 가치가 부각되는 구간에 있다고 평가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과거 한전은 UAE, 한수원은 체코 사업을 계약했다”며 “두 회사는 수출 주도권을 놓고 갈등이 있는 상태지만 한수원은 한전의 100% 자회사이므로 주식 투자 관점에서는 한 주체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IB(투자은행)인 UBS도 한국전력과 원자력을 연결 지어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UBS는 보고서를 발간한 25일 “아직 한국전력에 원전사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원전 수주 확대 및 정책 프리미엄 반영 시 본격적인 재평가가 가능하다”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도 투심을 회복시킨 요소로 평가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며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게 됐는데, 이는 전력도매가격(SMP)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자극했다. 유가 하락은 한국전력의 연료비 부담을 줄여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이 밖에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힘을 보탰다. 정부는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지만, 에너지 가격 부담과 전력 구매비용 증가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국전력의 수익성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가에 중요한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전력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2016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 6만3700원을 돌파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전력의 전날 종가가 4만원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약 50% 상승으로 최고가 경신이 가능하다. 다만 증권가에선 아직 4만원대 중반의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높은 목표가는 NH투자증권이 제시한 4만5000원이다.
일각에선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이 있는 데다 실적 회복의 가시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았고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시장의 의구심을 벗어내고 재평가되기 위해서는 실적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며 “기대감만으로 상승하는 경우엔 리스크가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전력 주가는 전날 대비 3.33% 하락한 3만9250원에 마감했다. 그동안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시장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