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하나·카뱅 등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잇달아 출원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전 선제적 대응 차원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잇달아 출원하면서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주도권을 일찌감치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전날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HanaKRW’, ‘KRWHana’ 등 16개 상표를 출원 신청했다. KB국민은행에 이어 시중은행 중 두 번째로 관련 상표권 출원에 나섰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상표권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 특허청에 ‘KB’에 원화를 의미하는 ‘KRW’를 조합한 ‘KBKRW’, ‘KRWKB’를 비롯해 ‘KBST’, ‘KRWST’ 등 총 17개 상표를 9류(스테이블코인 거래를 위한 전자금융거래 플랫폼용 소프트웨어 등), 36류(스테이블코인금융거래업, 스테이블코인 전자이체업 등) 2개의 상품 분류로 나눠 총 32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카카오뱅크도 국민은행과 같은 날 특허청에 ‘BKRW’, ‘KRWB’, ‘KKBKRW’, ‘KRWKKB’ 등 총 4개의 상표를 9류(암호화폐 소프트웨어 등), 36류(암호화폐 금융거래 업무 등), 42류(암호화폐 채굴업 등) 등 3개 상품분류로 나눠 총 12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원화 ‘KRW’에 카카오뱅크를 뜻하는 ‘KKB’ 등을 조합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카카오뱅크 등이 잇따라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한 데 이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상표권 출원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은행들 대부분이 관련 진출을 염두에 두고 선제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주요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에 앞다퉈 뛰어드는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발의되는 등 제도화 논의에 속도가 붙으면서 은행들 역시 이에 발맞춘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화, 원화 등 기존 법정 화폐에 고정가치로 발행되는 암호화폐를 의미한다.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달리 법정 화폐에 가치가 연동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다만 통화정책을 관리하는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있어 구체적인 도입 시점과 발행 주체 범위 등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 준비자산에 관한 신뢰가 훼손되면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연동된 자산의 가치와 괴리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 상환을 요구하는 코인런으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권으로 한정해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은행을 중심으로 허용하고 비은행권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제도적 틀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향후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상표권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향후 제도 정비나 시장 변화에 따라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기술적·법적 검토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