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하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사···서울 집값 상승·가계부채 증가 등 국내 변수 고려
일단 금리 동결하고 부동산 및 금융상황 지켜볼 가능성도
미 기준금리 유지도 금리 결정에 영향···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동시에 고려한 균형감각 요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한 때 긴장이 고조됐던 중동 정세가 완화됐지만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국내적 변수가 한국은행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4%대로 유지된다는 점도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현재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결정 시점을 두고 내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이란의 무력 충돌로 급격히 고조됐던 중동 내 군사적 긴장이 일단락됐지만, 이와 별개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한국은행의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국내적 요인이 한국은행의 행보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폭등하는 집값과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서울지역은 지난 2020~2021년 주택가격 급등기의 가격을 뛰어넘는 아파트가 속출하는 등 집값 폭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2주차 서울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26%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 이후 40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송파구 0.71%, 강남구 0.51%, 서초구 0.45% 등 강남 3구가 급등했으며 마포구(0.45%), 용산구(0.43%), 성동구(0.47%) 등 주요 지역에서도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도 6조원 늘어나며 지난해 10월(6조5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대출 항목별로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커졌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5조6000억원이 증가해 전월(4조8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확대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다음달 10일 시점까지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부동산과 금융 상황 등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집값이나 가계대출, 한미간 금리 차, 환율 등의 문제 때문에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미룰 수 만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 부진으로 0.2% 역성장했고 올해 연간 성장률도 미국 관세정책 등의 영향이 겹치면서 0%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성장률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준 금리가 4%대로 유지된다는 점도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한국 간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진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4.25~4.5%로 한국(2.5%)보다 최대 2%포인트 더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은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했다. 올해 1월, 3월, 5월에 이어 이달까지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은 관세 인상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경기 하강을 우려해 6개월 넘게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은 경기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이후 인하 결정은 미국의 통화 완화 속도와 국내 집값, 가계대출 상황 등을 봐가며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동시에 고려한 고도의 균형감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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