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삼성증권은 청약 완판 성공
한국투자증권만 0.6대 1로 미달···수수료 7억이지만 실권주 56억 떠안아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대신증권 본사 건물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대신밸류리츠의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증권사들의 청약 결과가 엇갈렸다.
대신증권과 삼성증권은 배정물량보다 많은 청약 신청이 들어오면서 일단 완판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배정받은 공모주식보다 적은 신청 물량이 접수되면서 56억원에 달하는 실권주를 떠안게 됐다.
대신밸류리츠는 상장 후 공모가보다 주가가 밑돌 가능성이 높은 리츠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수취하는 IPO수수료 수입보다 실권주 인수에 따른 손실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엇갈린 희비···대신·삼성證 ‘완판’ vs 한투證 ‘미달’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24일 진행된 대신밸류리츠 공모청약에서 총 1만7463건의 청약신청이 접수되며 경쟁률 6.37대 1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은 123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공모청약 경쟁률은 무난했지만 상장주관사별로 성적표는 딴판이었다. 대신증권은 15.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홀로 높았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0.60대 1로 미달했다. 삼성증권은 1.00대로 간신히 1대 1을 넘겼다. 총액인수 방식이라 한국투자증권은 실권주 111만3650주를 인수해야 한다.
대신밸류리츠는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상장주관을 맡았고 삼성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총 965억원, 1930만주를 공모하는데 증권사별로 대신증권은 37.8%(730만주, 365억원), 한국투자증권은 36.3%(700만주, 350억원), 삼성증권은 25.9%(500만주, 250억원)이 배정됐다.
기관투자자들에게 전체 공모주식의 60%인 1158만주가 배정됐고 일반투자자들에게는 40%인 772만주가 배정됐다. 증권사별 공모청약 물량은 대신증권이 292만주, 한국투자증권이 280만주, 삼성증권이 772만주 등 총 772만주였다.
공모청약을 앞두고 지난 12~13일 진행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7.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IPO를 진행한 리츠 가운데 수요예측에서 한 자릿수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23년 3월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화리츠뿐이었다. 당시 한화리츠는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 0.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에 대신밸류리츠 청약을 앞두고 미달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대신밸류리츠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가운데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 확약을 약속한 곳도 한 곳에 불과했다.
여기에 대신밸류리츠는 공모청약 일정도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주관사단을 맡은 인공지능(AI) 기업 뉴엔에이아이(AI)와 겹쳤다. 실제로 뉴엔에이아이는 6조1140억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으며 경쟁률 1468.83대 1을 기록했다.
대신증권은 빠르게 대응했다. 청약고객 중 선착순 2500명에게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제공하고 고액 청약 신청자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LG안마의자(1명) ▲LG 스탠바이미2(3명) ▲네스프레소 버츄오 플러스 머신(10명) ▲풀리오 목 어깨 마사지기 V2(20명) ▲정관장 5만원권(100명)등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실시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별다른 이벤트를 하지 않았다. 삼성증권의 경우 인센티브 계약 덕분에 겨우 미달을 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밸류리츠는 삼성증권에 최대 0.4%를 성과수수료로 지급할 수 있다는 계약을 맺었다.
리츠업계 한 관계자는 “PB들이 고객들에게 ‘좀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빼요’라는 식으로 참여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 한투證, 수수료 수입 노리다 소탐대실?
대신밸류리츠 상장주관사단에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참여한 배경으로 올해 IPO시장에서 대어급들이 사라진 영향에 실적 채우기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대신증권은 물론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대신밸류리츠 IPO수수료로 적지 않은 금액을 받는다. 일단 인수물량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수수수료로 받는다. 인수수수료만 대신증권이 5억4750만원, 한국투자증권이 5억2500만원, 삼성증권이 3억7500만원이다.
여기에 대표상장주관사인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인수수수료와 별도로 공모금액의 0.5%를 대표주관수수료로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인수수수료와 대표주관수수료 1억7500만원을 합해 7억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공동주관사인 삼성증권은 대표주관수수료를 받을 수 없지만 성과수수료로 최대 0.4%를 받을 수 있다. 해당 성과수수료는 대신증권이 받을 대표주관수수료를 재원으로 한다. 이는 삼성증권의 상장주관사단 참여를 위해 대신증권이 자기 몫인 대표주관수수료의 80%를 삼성증권에 양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약 결과 대신증권과 삼성증권은 무사히 미달을 피했지만 한국투자증권만 실권주 인수로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하는 실권주는 111만3650주로 공모가(5000원) 기준 55억6825만원에 달한다. 상장 후 대신밸류리츠 주가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은 7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상회하는 실권주 손실 리스크에 노출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