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학군지 재학생수 반토막 날 동안 순유입 증가로 ‘타격 無’
“아이키우기 좋은 동네가 부동산 양극화의 최상부에 자리할 것” 전망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부스트라다무스(부동산+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수년 전부터 인구감소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서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그 양극화의 최상부에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가 자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대표는 “아이들 숫자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부모의 경제상황과 주거환경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한 결과”라며 현재 아이들이 많이 사는 지역, 즉 과밀학급이 많은 곳일수록 부동산의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집을 매매할 때에는 학생 중에서도 특히 인근 초등학교 재학생 절대적인 숫자에 집중해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군지의 수요는 꾸준하다. 저출산과 이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학군지 이용자수는 줄어들면서 학군지 부동산의 가치가 희석될 법도 한데 되레 높아지고 있다. 가구당 자녀를 1~2명만 낳다 보니 아이 교육에 매진하기 위해 우수 학군지로 진입하는 영향이다.
올해 1월 대치동에 입성한 직장인 A씨도 학령기에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해서 공부가 디폴트 환경인 대치동을 택했다. ‘대치동에 와서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는 그는 이른바 대전족(대치동 전세 족(族))이다.
실제 이와 같은 이유로 대치동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대치동 대도초등학교의 학생수는 서울시 내 640여곳의 초등학교 가운데 가장 많다. 올해 기준 전교 62개 학급이 운영되고 있고 학생수는 1956명이다. 인근에 있는 도성초 역시 올해 기준 전교 58개 학급, 학생수 1670명으로 서울에서 세 번째로 학생수가 많다.
반면 강서구 방화동 개화초등학교는 올해 1학년 신입학생 수가 10명 남짓한 수준이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체 학급수도 8개, 전교생 수는 80명에 불과하다.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초등학교도 올해 1학년 신입학생이 18명에 불과했고 현재 전교생은 82명이다. 한학년 당 한 개 학급이 열린 수준에 그치니 대도초에 비해 규모는 1/25 정도의 미니학교다.
학군지와 비학군지는 학생수 증감 추이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학군지인 대치동 대도초등학교는 2018년 전교생수 2045명에서 올해 1956명으로 4.3% 감소에 그쳤다. 특히 이 기간 재학생수가 계속 하향곡선을 그린 것도 아니고 2019년, 2020년, 2024년에는 늘어나기도 해서 오차범위 내 현상 유지로 볼 수 있다. 도성초등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학군지가 지난 수년간 유사한 수준의 재학생수를 유지하고 있을 때 비학군지의 타격은 큰 타격을 받았다.
같은기간 강서구 개화초등학교는 2018년 165명이었던 재학생수가 올해 80명으로, 은평구 북한산초등학교는 2018년 164명이던 재학생수가 올해는 82명으로 정확히 7년 만에 반토막이 나버렸다. 단순 계산대로라면 약 7년 뒤인 2032년에는 이들 학교는 재학생수가 제로에 수렴하니 그 전에 폐교되더라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아무리 신축아파트가 대세라지만, 폐교가 5년 뒤에 되는데 재건축이 10년 뒤에 된다면 부동산의 가치가 오르기는 쉽지 않다.
이 같은 추이는 한 사설 교육기관의 데이터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초등학교 초등학생 전입·전출 현황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전국 6300개 초등학교 가운데 초등학생 순유입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서울 강남구였다. 순유입(전입한 학생 수에서 전출한 학생 수를 뺀 수치)이 무려 2575명으로, 10년 만에 가장 높고 다른 지역과도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강남구에 이어 양천구(896명), 강동구(749명), 서초구(419명) 송파구(130명), 노원구(129명)이 뒤를 이었다. 양천구는 목동 학군, 강남·서초는 8학군, 강동·송파는 6학군, 노원구는 강북권 대표 학군지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도 대치를 택하는 이유는 학원 숫자가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아 내 실력에 맞는 곳을 찾기 편해서다. 또한 다수가 몸담고 싶어하는 의과대학 등에 이미 자녀를 도달시킨 학부모가 학원 실장으로 있는 대치동 학원가 특유의 문화 특성상 힘든 수험생활을 이겨나갈 멘토를 찾기도 좋다.
그러다 보니 전셋값도 강세다. 통상 전셋값은 정주여건이 뛰어난 실거주 우수성이 부각되는 곳이 높지만 학원가 접근성이 좋은 도곡렉슬, 래미안대치팰리스 등은 준공 10년 이상의 구축임에도 신축 못잖은 시세를 자랑한다. 높은 전세가율은 매맷값을 밀어 올린다.
한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운동 좋아하는 사람은 헬스장서 모이고 술 좋아하는 사람은 술집에서 만나듯, 대치동은 아이의 교육에 진심인 부모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곳”이라며 “사교육 시장은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그 사교육을 이용하기 좋은 부동산 시장인 대치동도 경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구축임에도 집값이 언제나 철옹성같이 견고하게 높은 시세를 유지하는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