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에 '영업통' 이경근···적극적 영업 전략 전개
재무·전략은 임석현 전무 유임···기존 경영 기조 유지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한화생명이 최근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하고 새 인물을 임명하는 등 큰 '변화'를 겪었지만 동시에 '안정'도 도모했단 평가가 나온다. 각자대표직 한 자리엔 회사 내 대표적인 ‘영업통’을 배치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유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중요성이 커진 CFO를 교체하지 않은 것은 기존 경영 기조를 유지하겠단 의도란 해석이다. 더불어 각자 대표에 영업 전문가를 앉혀 공격적인 영업 전략도 이어가겠단 의미란 관측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임석현 전략기획집행자 전무에게 오는 2027년 3분기까지 약 2년 3개월 간의 추가 임기를 부여했다. 임 전무가 맡고 있는 전략기획집행자는 CFO와 CSO를 겸직하는 자리다.
그는 지난 2022년 3월부터 전무 승진과 함께 전략기획실장을 맡으며 회사의 전략과 재무를 모두 담당했다. 이번 인사로 5년 반 동안 회사의 요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임 전무는 1995년 회사에 입사해 30년 동안 근무한 한화생명인(人)이다. 전사전략·재무혁신관리, 인재개발·인사·보상·노무, 미래형 보험상품개발, 융자사업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업계에선 한화생명이 대표를 교체한 상황에서 임 전무의 유임을 통해 안정을 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한화 그룹이 한화생명을 책임지던 여승주 부회장을 그룹 경영지원실장으로 임명하자 한화생명은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신임 대표엔 권혁웅 전 한화오션 부회장, 이경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를 각각 내정했다.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에 회사의 살림 전반을 담당하는 CFO와 CSO를 임 전무에게 그대로 맡겨 대표 교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초기 혼란을 최소화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권 내정자는 보험업 경험이 없는 인물이다. 그는 그룹에서 40년 간 일하며 한화에너지,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오션 등에서 주요 보직을 맡아 온 전문 경영인이다. 이번 인사로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은 더 속도감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금융인이 대표를 맡은 점은 한화생명 입장에선 단점일 수 있다.
더불어 또 다른 대표 자리에 회사의 대표적인 ‘영업통’인 이 내정자를 앉힌 것도 기존 회사 기조를 이어가겠단 의지로 읽힌다.
이 내정자는 1991년에 한화생명에 입사해 35년 간 회사에 뼈를 뭍은 인물이다. 보험영업의 주요 보직인 지점장, 지역단장, 지역본부장, 보험부문장을 모두 거쳤고 한화라이프에셋 대표이사, 한화생명 강북지역본부장, 고객지원실장, 전략추진실장, 사업지원본부장, 보험본부장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이사를 역임한 영업 전문가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회계 처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계리적·경제적 수치가 약간만 바뀌어도 회사 이익 규모와 자본건전성 지표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금융당국의 회계에 대한 규제 및 감독도 더욱 강화됐다.
회계 원칙과 당국의 규제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더욱 세밀한 회계처리와 이에 맞는 회사 전략 수립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임 전무의 연임은 이러한 핵심 업무에 대한 회사의 기존 방향을 유지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최근 한화생명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생명보험업 불황에 맞서고 있다. 생보사들은 핵심 상품인 종신보험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 새 회계제도 도입 후 생보사들은 자본건전성도 악화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화생명은 오히려 더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그 결과 한화생명의 신계약 판매 실적은 급증했다. 이러한 전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영업 전문가인 이 내정자에게 회사의 한 축을 맡긴 것이란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 시장의 경쟁은 향후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한화생명은 그간 경쟁 속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낸 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 기존 경영 방침을 크게 바꾸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