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컴퓨팅 전문업체, 독자 설계 기반 서버 공개
GPU 8장 장착·초당 104GB 전송 성능 확보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크리맥스-408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동학 코코링크 대표가 제품 개발 배경과 기술 강점 등을 설명했다. / 사진=코코링크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크리맥스-408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동학 코코링크 대표가 제품 개발 배경과 기술 강점 등을 설명했다. / 사진=코코링크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고성능 컴퓨터(HPC) 전문업체 코코링크가 PCIe 5.0 기반의 고성능 서버 ‘크리맥스-408’을 선보이며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 공략에 나섰다. 주요 부품과 설계 전반을 국산화한 서버 제품으로 연산 가속기와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필수적인 AI 센터 및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를 공략한단 계획이다.

코코링크는 1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크리맥스-408 서버를 공개하고 국내외 AI·HPC 시장에 본격 진입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고속 데이터 전송 인터페이스인 PCIe 5.0 스위치를 탑재해 CPU·GPU 간 연산 속도를 끌어올리고 8개 GPU 또는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동학 코코링크 대표는 “2008년부터 PCIe 기술 개발에 착수해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해왔다”며 “PCIe는 CPU, GPU, SSD 등 부품 간 효율적인 데이터 공유를 가능하게 해 AI 및 슈퍼컴퓨팅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 난이도가 높은 5.0 버전을 국산화한 점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 전송 속도 2배↑, GPU 연산 26.73 PFLOPS 구현

PCIe 5.0은 전송속도 초당 32GB로, 기존 4.0 대비 두 배 향상됐다. 크리맥스-408은 초당 53GB(단방향), 104GB(양방향) 전송 속도를 구현했다. 스위치보드는 144개의 레인으로 구성됐으며 GPU 간 병렬 연산에서도 안정적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총 8장의 GPU를 탑재할 경우 최대 26.73페타플롭스(PFLOPS)의 연산 성능을 발휘한다.

CPU는 인텔 제온 4·5세대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듀얼 소켓 구성을 지원하며, AMD 9004·9005 시리즈도 호환된다. 메모리는 최대 4테라바이트(TB) DDR5 RDIMM까지 확장 가능하다. GPU 외에도 NPU 등 다양한 연산 가속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슬롯 호환성과 확장성을 고려해 설계됐다.

발열 제어를 위해 고성능 팬을 3~6개 탑재했으며, 인쇄회로기판(PCB)에는 메가트론6 라미네이트 소재를 적용했다. 메가트론6는 기존 PCB 대비 최대 15배 이상 높은 단가를 가진 고급 소재로, 낮은 손실률과 우수한 내열성을 바탕으로 고속 데이터 전송에 적합하단 평가다.

크리맥스-408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책과제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초기 개발 예상 기간은 6개월, 예산은 2억원이었지만, 실제로는 2년의 개발 기간과 약 2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PCB 설계는 총 5차례 개편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제품은 2023년 미국 슈퍼컴퓨팅 컨퍼런스(SC23)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이달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슈퍼컴퓨팅 컨퍼런스(ISC 2024)’에도 전시됐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도 PCIe 5.0 기반 서버를 완제품 형태로 출품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기술 완성도와 국산화 범위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 후속 제품·스토리지·PCIe 6.0 개발도 병행

코코링크는 크리맥스-408에 이어 서버 1대당 최대 20장의 GPU를 탑재할 수 있는 후속 모델 ‘크리맥스-720’도 개발 중이다. 해당 제품은 3분기 내 출시될 예정이며 고성능 연산을 필요로 하는 초거대 AI 모델, 자율주행, 산업 AI 시장을 겨냥한다.

또한 PCIe 5.0 기반 고속 스토리지 제품도 개발 중이다. 해당 스토리지는 초당 30GB 수준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며, 대용량 비정형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는 AI 학습환경에 적합하다. PCIe 6.0 기반 제품 개발도 동시에 진행 중으로, 내년 2분기까지 1:9 스위치 보드 시제품 완성을 목표로 한다.

코코링크는 올해를 기점으로 AI 인프라 국산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에는 대학·연구소·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독자 기술력을 기반으로 민간 제조업과 데이터센터 시장도 노린다. 해외는 미국 해군연구소, 프랑스 오렌지텔레콤 산하 연구소 등 과거 납품 경험을 토대로 시장을 넓혀갈 예정이다.

이 대표는 “AI 서버 핵심 기술인 PCIe 5.0 기반 스위치 기술 확보를 통해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 기술 자립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됐다”며 “한울반도체, 한울소재과학 등과의 협업을 통해 국산 AI 인프라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코링크는 2001년 설립된 HPC 전문 기업으로, 그간 철강·반도체·화학·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 서버를 공급해왔다.

지난해 매출은 64억원이며 올해는 크리맥스-408 공급 계약 확대를 통해 2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감소했던 실적이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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