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서 변호인 PT
“피고인 거래, 일반적 시세조종 사이클과 달라”
“CFD 계좌 통한 ‘장외’ 거래는 처벌 대상 아냐”

지난 2023년 5월11일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3년 5월11일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시세조종으로 수천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가 항소심에서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저평가된 주식을 선점해서 투자했을 뿐 거래방식이 일반적인 시세조종과 현격히 다르고, 고객 명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한 투자는 자본시장법상 규제 대상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라 대표의 변호인은 17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 박정운 유제민)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항소심 두 번째 공판기일에서 PT를 통해 이같이 변론했다.

변호인은 “통상 시세조종은 자금 유치, 주식 선정, 매집, 시세조종성 주문, 매도를 통한 부당이익실현 등의 5단계 사이클로 이뤄진다”면서 “피고인은 저평가된 주식을 선정하고 매집을 했을 뿐 이 과정에서 통정거래를 하거나 매도를 해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주식의 가격 하락은 공매도 세력에 의한 것이고, 이득을 얻은 자도 결국 공매도 세력이다. 피고인은 손해만 봤다”면서 “투자의 목적과 방식을 보면 고의나 목적 등 요건의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시세조종에 활용됐다는 CFD 계좌를 통한 거래는 애당초 법률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CFD는 주식 등 실제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기초자산의 진입가격과 청산가격 간 차액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최대 2.5배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가능하고, 외국계 증권사를 끼는 계약 구조상 투자 주체가 노출되지 않아 사실상 익명으로 거래가 이뤄져 왔다. 라 대표 등이 CFD의 이 같은 차입과 익명성을 활용해 시세조종을 했고, 결과적으로 지난 2023년 4월 8개 종목이 동시 하한가로 급락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변호인은 “자본시장법상이 규제하는 시세조종 행위는 상장증권과 ‘장내’파생상품인데, CFD 계좌를 통한 ‘장외’파생상품은 시세조종 요건을 구성하지 않는다”면서 “이를 유죄로 본 1심은 죄형법정주의에 명백히 반하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CFD 거래 전부를 시세조종성 주문이라고 볼 수 없고, 이를 공소사실에서 제외한다면 고가매수 비율이 매우 낮아져 시세조종 자체가 불가능해 진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변호인은 “이 사건은 피고인이 시세조종범이라는 악의적 보도를 통해 이미 재판부가 유죄의 심증을 갖고 시작할 수 있다”면서 “결론을 정해놓거나 예단을 갖지 않고 모르는 사건처럼 기록에 의해 판단을 내려달라”라고 요청했다.

라 대표는 2019년 1월~2023년 4월 미등록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며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8개 상장기업 기업 주식을 통정매매 등 방법으로 시세조종 해 7300억여원 가량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불법 투자자문업체를 차려 고객 명의 CFD 계좌를 통해 대리 투자한 뒤 수익을 정산해 주는 방법으로 1944억여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라 대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1000만원을 선고했다. 1944억8675만원 추징도 명했다. 1심은 “모든 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조직적이고 지능적이며 대규모 시세조종 범행이다”면서 “다수 선량한 투자자는 물론 라 대표 조직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 SG증권발 하한가 사태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는 2023년 4월24일 SG증권 창구로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며 8개 종목이 하한가에 진입했던 일을 말한다. 대성홀딩스, 선광, 삼천리, 서울가스, 항만 물류업체 세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다우데이터, CJ가 급락 의혹 종목이다. 개인 투자자 수천 명이 손실을 입었고, 시세조종 정황이 발견되며 금융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주가 폭락 전 절묘하게 보유 지분을 매도해 거액을 챙긴 인물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김익래 전 키움증권 회장,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이 장본인이다.

키움증권의 모회사인 ‘다우데이타’의 대주주 김 전 회장은 폭락 사태 나흘 전 본인이 가진 다우데이타 지분 1021만주(전체의 22.7%) 중 140만주(3.65%)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았다. 김 회장 역시 주가 폭락 1주일 전인 4월17일 약 457억원치인 10만주를 고점에서 매도했고,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회장을 불기소 처분했고, 김 회장은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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