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다음주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피고인 신문 진행
다음달 11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증인신문 진행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SM) 주가조작을 공모했단 혐의를 받는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원아시아) 회장이 카카오와의 공모 가능성을 재차 부인했다. 그는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인먼트(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으로부터 SM 주식을 매입해달란 요청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SM 주식을 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전 부문장이 본인의 또 다른 범죄 혐의와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을 느껴 ‘거짓 진술’로 카카오와 원아시아 간 공모관계를 주장했단 점도 지적했다.
지난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 제15부(부장판사 양환승)은 카카오 법인 및 배재현 전 카카오투자총괄대표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관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배 전 대표는 2023년 2월 SM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 주식 시세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12만원) 이상으로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 간 공모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2023년 2월 16, 17일 하바나 제1호 펀드를 통한 SM 주식 대량 매수 행위가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란 판단이다.
하바나 제1호는 원아시아가 결성한 투자펀드로 고려아연이 1016억원을 투입하고 조선내화가 나머지 금액을 대면서 두 곳의 출자자(LP)로 구성됐다. 2023년 2월 15일 고려아연과 조선내화에 캐피탈콜을 행사해 각각 496억1900만원과 9200만원을 투자받았다.
이후 2월 16일 하바나제1호는 SM 투자를 위해 조성된 특수목적회사(SPC)인 헬리오스 제1호에 출자해 이날과 17일 양일간 SM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방식의 시세조종성 매매를 했단 의혹을 받는다.
이 가운데 진행된 지창배 회장에 대한 증인 및 피고인 신문에서 지 회장은 “2023년 2월 17일 14시 47분경 이준호로부터 SM 주가가 떨어지고 있으니 SM 주식을 사달라고 한 사실이 있냐”는 검찰의 질문에 “찰나의 통화였다”면서도 “주식을 좀 사줄 수 있냐고 했다”고 답했다.
다만 지 회장은 지난달 30일 증인신문에서 증언한 것처럼 당시 SM 주식 매수는 ‘시세차익 확보’ 목적이었으며, SM이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 대비 저평가돼 있단 판단 때문이지 카카오와 공모관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 전 부문장이 카카오와 원아시아 간 공모관계를 거짓진술해 본인의 또 다른 사건 관련 배임 혐의를 벗어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전 부문장은 2017년 2월 자본금 1억원을 들여 설립한 바람픽쳐스가 아무런 성과를 못내고 있음에도 고가에 인수해 카카오엔터에 손해를 미치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 회장은 “이준호는 바람픽처스 배임 혐의로 괴롭단 심정을 토로하면서 ‘지금 너무 이러다가 내가 진짜 회사가 망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스트레스 받아서 그러는데, 그냥 그들(검찰)이 원하는 걸 주면 끝나나’라고 말했는데, 검찰의 선처를 받기 위해 카카오 관련 건에 대해 검찰이 원하는 방향으로 말한 걸로 보인다”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지 회장은 “내가 공모하지 않았다는 걸 명확히 아는 상황에서 검찰에 넘기겠다고 하는 걸 보고 다른 사건에서 얼마나 잘못한 범죄가 있는지 모르지만, ‘무고한 사람에 피해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인간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전략적으로 없는 죄를 고백해 남에게 해를 끼치고, 당신이나 나나 다른 부분에 선처를 바라는 것은 전략적으로 안 좋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0일 예정된 공판기일에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이날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방 의장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함에 따라 신문 대상이 바뀌었다.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에 따라 다음달 11일 방 의장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을 재차 지정했다. 다만 방 의장이 이날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