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강남3구, 1군건설사 아닌데도 최저가점 70점 나와
하반기 분상제 적용단지서 역대급 경쟁률 예고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핵가족화에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서울 청약시장에서는 4인 가족은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 됐다. 청약 가점만으로 봤을 땐 4인 가족이 항목별 만점을 받아도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타입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다. 올 하반기에는 강남권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시세 대비 저렴하게 풀리는 단지도 나올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역대급 경쟁률과 청약가점 기록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4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대성베르힐 전용 84㎡A 타입의 당첨가점은 최저 71점으로 나타났다.
가점제는 분양 아파트의 당첨자를 선정하는데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청약통장 가입기간에 따라 일정 점수(가점)를 부여해 높은 가점을 가진 사람을 당첨자로 선정하는 제도다. 4인가구(부양가족 3명)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으로 두 항목에서 만점을 받으면 두 항목 최고가점 합산이 49점이 되고 나머지는 부양가족이 몇 명이냐에 따라 가점을 더하면 자신의 최종 점수가 된다.
부양가족 기준에 따른 청약가점을 보면 4인가족의 경우 가점 20점을 더하면서 총 69점이 된다. 4인가족이 항목별 만점을 받았음에도 탈락하게 된 것이다.
◇주위엔 대가족 별로 없는데…고가점자 비결이 ‘위장전입’
지난 수년간 강남권에서 분양한 아파트들의 당첨권 청약가점은 평균은 60점대 중후반이었다. 입지가 우수한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으면서 높은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까닭에 청약에 도전하는 인원은 많았던 영향이다.
특히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위장전입 등의 방법으로 부양가족을 늘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3대가 거주하는 7인가구(부양가족 6명 이상)은 부양가족 항목에서 35점을 받으면서 당첨 가점 및 청약 당첨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국토부는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지난해 8월 주택청약 및 공급실태 점검을 진행했고 그 결과 래미안 원펜타스 일반분양 물량(292채) 중 위장전입으로 판단된 14%(41건)을 적발했다. 주택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 처벌과 계약 취소(주택 환수), 향후 10년간 청약 제한 조치가 내려진다.
또한 위장전입으로 부양가족 가점을 높이는 것을 근절하기 위해 실거주 입증 자료 추가 제출을 실시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초·본 등으로 확인했으나 지금은 부양가족의 건강보험요양급여내역(병원, 약국 등 이용 내역) 제출을 추가해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공급물량 적으니 수요몰리며 당첨가점 앞으로도 고공행진
그러나 여전히 청약 당첨가점은 높다. 공급물량이 적은데다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곳은 더욱 그렇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총 7358가구다. 이는 전년(1만 149가구) 대비 약 28% 감소한 규모이자 2021년(2960가구) 이후 4년 만에 최저치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진행되는 강남3구 사업장에서는 더 높은 가점이 나올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달 말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이 분양에 돌입한다. 미성·크로바 아파트를 재건축한 잠실르엘은 최고 35층, 13개 동, 총 1865가구 규모로 들어서며 이 중 219가구가 일반분양으로 풀린다. 현재 송파구청이 심의 일정을 조율 중인 단계로 아직 분양가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강남3구에 위치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만큼 3.3㎡당 6000만 원 안팎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8월에는 서초 신동아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구 아드로드 서초가 분양을 계획 중이다. 총 1161가구 규모로 이 중 56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로 3.3㎡당 분양가는 7000만원대로 거론된다. 이밖에 연내에 서울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오티에르 반포가 공급된다. 지하 4층부터 지상 20층까지 2개 동, 총 251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일반공급 물량은 87가구이며 3.3㎡당 분양가는 8000만원대로 예상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가점 70점도 탈락한 사업장은 강남3구도, 1군 건설사의 유명 브랜드 대단지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제는 5인가족(부양가족 4명) 이상의 청약통장 가입기간, 무주택기간 만점자가 아닌 이상 서울권은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별공급이 지난해 이후 소득기준이 완화되고 추첨제 도입으로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일반공약만 볼게 아니라 특별공급 등 자신의 상황에 유리한 전형을 파악해 전략적 접근을 하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