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들어 투자자예탁금 연일 최대치 경신···11일에는 18.7조 달해
증권사 신용융자도 급증 추세···1분기는 키움·미래에셋·삼성증권 順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증시 상승세가 지속되자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과 더불어 신용융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신용융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주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입원이다. 특히 키움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신용융자 증가로 인한 수혜 증권사로 꼽힌다.
◇ 투자자 예탁금 늘고 빚투도 급증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투자자 예탁금은 62조3498억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음날인 11일에는 61조9822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이 역시 올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입금해 둔 현금성 자산으로 증시에 투자하려는 투자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코로나19 시기 직전까지는 30조~40조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2020년 코로나19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2020년 8월에는 사상 최초로 60조원을 넘어섰고 2021년 1월에는 70조원도 넘어섰다. 2021년 5월 3일에는 77조901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증시 거품이 빠지면서 감소추세가 지속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24일에는 50조6265억원까지 줄어들면서 50조원대 이하로 떨어질 뻔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투자자 예탁금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재명 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 6월 2일에는 60조1886억원으로 2022년 3월 이후 3년여 만에 60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자 예탁금과 더불어 증권사 신용융자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금융기관에서 빌리고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이다. 통상 증시 상승이 예상될 때 투자자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에 나서면서 신용융자가 늘어난다. 국내 증시에 대한 투심이 회복되면서 빚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달 4일 올해 처음으로 18조 50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 11일에는 18조7242억원으로 올해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올해 초 신용융자 잔고 15조6823억원과 비교하면 약 19.4% 급증한 수치다.
◇ 신용융자 증가 수혜 증권사는?
신용융자 이자 수입은 국내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거두는 핵심 브로커리지 수입원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기간별로 신융융자 금리를 설정해 개인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을 얻는다. 돈을 빌리는 기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금리도 높아진다.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은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에 기반해 기준금리를 책정한 뒤 증권사마다 책정한 가산금리를 합해 결정된다. 특히 요즘 같은 금리인하 시기에는 신용융자 이자율은 내리지 않더라도 자금을 이전보다 싸게 조달할 수 있기에 가산금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수익도 늘어난다.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수익 금액 추이를 살펴보면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이 신용융자 3강을 이루고 있고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뒤를 잇고 있다.
지난 2019년까지 국내 신용융자 부문에서 1위는 키움증권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절 동학개미운동 이후 급격히 늘어난 신용융자 수요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면서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의 추격을 허용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한도 내에서 신용융자를 해줄 수 있는데 당시 3조원에도 못 미치는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이 급증한 신용융자 수요를 감당하기에 부족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2021년 뒤늦게 44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자기자본을 늘렸지만 빚투 투자자들은 다른 곳으로 대거 이동한 상태였다. 2020년 미래에셋증권은 키움증권을 제치고 신용융자수익 1위에 올라섰고 이후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의 3강 체제가 형성됐다.
그동안 키움증권은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 빼앗긴 신용융자 1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신용융자 이자수입으로 607억원을 거두며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 미국 주식은 시들하고 국내 주식이 활황인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은 IMF 이후 온라인 증권사로 사세를 키웠기에 주요 고객층이 70년대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미국 주식이 아닌 국내 주식으로 시작한 세대들이기에 국내 주식 투자에 익숙하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증권업종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며 키움증권을 탑픽으로 선정하고 목표주가를 23만5000원으로 27% 상향했다. 백 연구원은 삼성증권 목표주가는 7만8000원으로 20% 상향했고 NH투자증권 목표주가는 2만1500원으로 19% 상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