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랠리에 3000선 눈앞···5000시대 기대감도 솔솔
주주가치·지배구조·성장스토리 등 질적 성장 필요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불면서 코스피가 2900선을 회복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미국의 상호관세 압박으로 2300선 아래로 밀렸던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투자자들은 환호했고, 올해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900선 아래로 전망했던 다수 증권사는 머쓱한 상황이 됐다.

이번 상승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발생한 허니문 랠리라는 지적이 있다. 정권 초기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증시가 이른바 ‘오버페이스’를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번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증시 부양책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코스피 5000 시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국내 증시의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할인)로 인해 제값에 평가받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주주가치를 외면하는 상장사의 의사 결정, 주주환원 부족, 주가조작과 같은 불공정 거래 등이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글로벌 차원에서 국내 증시의 신뢰부터 회복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상장사 행동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를 희생양 삼는 기업지배구조 개편, 유상증자, 모자(母子) 회사 동시 상장 등을 지양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증시를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였다.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증시가 단기 차익 실현의 무대로만 소비된다면 어떤 정책적 노력도 공허할 수 있다는 평가다. 중장기 비전을 가진 자본이 꾸준히 유입돼야 지수의 장기적인 우상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 이를 위해선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내 증시의 근본적인 ‘성장 스토리’도 되살려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와 관련 한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대선 주자와의 간담회에서 증시 활성화를 위해 AI(인공지능) 산업의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AI가 전 산업에 걸쳐 파급력을 지니고 있고 국가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데, 이는 국내 증시의 매력과도 연결된다는 의미였다.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도 증시 부양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개정을 중심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해 노를 적극적으로 저을 것이라는 기대가 감돈다. 대통령 취임 일주일 만에 한국거래소를 찾아 증시의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연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코스피 5000을 향한 여정에는 단순한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인 변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정책 지원도 중요하지만, 상장사와 투자자 모두가 긴 안목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모래성이 아닌, 단단한 반석 위에 세운 지속 가능한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때 멀게만 느껴졌던 코스피 3000이 눈앞의 현실이 된 것처럼, 언젠가 코스피 5000 시대가 도래하고 그 너머 10000 시대를 향한 기대도 품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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