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신 경제관료 '중용' 전망
기재부·금융위 조직 개편 가능성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경제·금융 수장을 일컫는 'F4'(Finance 4) 인사에 관심이 모인다. 비상 계엄 이후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 것이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경제 관료를 맡았던 인물들이 중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정부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첫 경제부총리로 문재인 정부의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냈던 인물들이 거론된다. 당장 경제 안정화가 시급한 만큼 새 정부는 파격 인사보단 기재부 경력이 있는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출범하기에 인물에 대해 충분히 검증할 시간도 없다. 이에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 중용될 수 있단 관측이다.
하마평엔 이억원 전 기재부 1차관이 오른다. 이 전 차관은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문재인 정부서 기재부 1차관, 경제정책비서관 등을 맡았다.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도 후보로 꼽힌다. 그는 행정고시 30회로 문재인 정부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기재부 1차관을 지냈다. 더불어 문 정부 국무조정실장을 맡은 구윤철 삼성생명 사외이사, 문 정부 정책실장 출신인 이호승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도 물망에 올랐다.
금융위원장 자리엔 김병욱 전 국회의원,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이재명 당선자의 핵심 측근그룹으로 꼽히는 '7인회' 소속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금융자본시장위원장을 맡았다. 다만 그는 정무수석 후보로도 꼽힌다. 도 전 부위원장은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을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올해 이재명 캠프에 합류에 정책자문을 맡았다.
금융감독원장 후보론 김은경 전 금융소비자처장(부원장), 원승연 전 자본시장담당 부원장 등 금감원 전 임원들이 꼽힌다. 김 전 부원장은 한국외대 교수 출신으로 2020년 문재인정부에서 첫 여성 금감원 부원장으로 임명됐다. 원 전 부원장도 명지대학교 교수 출신으로 문재인정부 초기 자본시장담당 부원장에 선임됐다.
한국은행 수장 자리는 당분간 이창용 현 총재가 맡을 전망이다. 이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 20일까지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총재가 연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주열 전 한은 총재(2014년 4월~2022년 3월)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통령 인수위 없이 바로 출범한 문 정부에서 추가 임기를 부여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새 정부에선 경제·금융 수장 인사만큼 조직 개편에도 시선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를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며 "예산 기능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새 정부가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금융위원회는 해체될 수 있단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역할 분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금융위의 정책 총괄 기능을 재경부로 이관하고, 건전성 등 금융감독 관련 법령과 금융기관 설립·합병·전환·인허가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신설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현실화되면 경제금융 수장 인사도 대폭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 내부 분위기는 새 정부가 기재부를 손보려고 하다가 금융위가 사라질 수 있단 우려에 뒤숭숭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반면 금감원은 권한이 강화될 수 있단 전망으로 조직 내부의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