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무죄 확정, 신한은행 자발적 보상 ‘인과관계’ 쟁점 될 듯
신한은행, 라임 측 불법적인 펀드 운용 책임 재강조 전망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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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신한은행이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라임자산운용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이 전 부사장 측의 항소로 재차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은 이 전 부사장에게 민사상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지, 투자자들에 대한 신한은행의 자발적 보상에 따른 부담을 라임과 이 전 부사장이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지 등이 쟁점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손해와 피고의 불법행위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항변과 함께, 파산채권 산정의 기준 금액(총피해액, 모수)을 얼마로 보느냐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라임과 공동해 신한은행에 20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30일 항소했다.

신한은행은 2018년 라임과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2769억원 규모의 펀드를 판매했다. 그러나 2019년 라임이 펀드 돌려막기 등으로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한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펀드 가격이 폭락하면서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신한은행은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권고 등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펀드 투자액 50%와 가지급금 등 합계 1834억원을 지급했다. 이후 라임과 이 전 부사장을 상대로 2021년 이번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신한은행은 ▲라임과 이 전 부사장의 불법행위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을 주장(주위적 청구)하고 ▲자신에게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더라도, 이는 라임 등의 불법적인 펀드운용이 ‘경합’해 발생한 것이므로 공동불법행위자인 라임 등에 구상권을 청구(예비적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라임과 이 전 부사장의 자본시장법상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 의무, 불건전 영업 행위 금지의무 등 위반 등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신한은행이 자발적으로 투자자와 사적 화해를 통해 가지급금을 지급한 이상 신한은행의 손해와 피고(라임, 이 전 부사장)의 불법행위 사이의 ‘직접적인 법적 인과관계’가 없다며 주위적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손해 발생에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고 구상금 채권과 관련된 예비적 청구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파산채무자 라임에 대한 신한은행의 파산채권을 1468억원으로 확정하고, 라임과 이 전 부사장이 공동으로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1468억원은 신한은행이 투자자에게 지급한 반환금의 80%이다. 1심은 신한은행 역시 펀드 판매회사로서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책임 비율을 2:8로 산정했다.

◇ 이 전 부사장 측, 민사 불법행위 인정 기준에 법적 논쟁

이 전 부사장 측은 관련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이상 동일 사실관계에 기초한 민사책임까지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형사판결의 판단을 민사에서 배척한 부분에 대해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공동불법행위자로서 20억 손해배상 명령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예상된다. 신한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불완전 판매, 설명의무 위반 등 책임이 더 큰데도 책임 분담 비율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 전 부사장은 신한은행이 자발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배상한 것을, 일부라도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인정한 점에 대해서도 항소가 예상된다.

◇ 신한 측 “불법행위-손해 인과관계 인정해야”···파산채권 총액도 쟁점

반면 신한은행 측은 이 사건 손해가 라임과 이 전 부사장의 불법적인 펀드 운용에서 비롯됐다며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주장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파산채권액 모수에 대한 다툼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1심은 신한은행이 청구한 1834억원 중 80%에 해당하는 1468억원만 파산채권으로 인정했다. 투자자에 대한 지급금 전부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간접손해라는 게 신한은행의 입장인 만큼, 손해액 전체 또는 더 큰 비율이 인용돼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항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신한은행은 전체 채권 중 일부인 20억원만 청구하는 ‘명시적 일부청구’ 방식을 택했다. 이는 원고가 전체 손해액을 곧바로 전부 청구하지 않고, 판결 확정 후 필요시 잔여금에 대해 후속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소송의 범위를 전략적으로 나눈 것으로 해석된다. 나머지 채권에 대한 청구(잔존 소송)를 재차 진행할 것에 대비해 파산채권액을 최대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명시적 일부청구는 소송비용을 절약하거나 손해액을 확정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산정가능한 일부 금액에 대해 우선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이다”라면서 “향후 손해액의 전체 규모가 확정되거나 필요성이 생기면, 잔여 금액에 대해 추가소송(잔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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