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규제 완화·SOC 확대 예고···수주 회복 기대감 고조
“이제는 실현 속도”···인허가 간소화·사업성 보장 공약 주목
공사비 급등·DSR 규제에 ‘7월 위기설’···현장선 불안 여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공급 확대 공약이 건설업계에 반등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인허가 간소화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 민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 기조가 제시되면서 침체된 수주 시장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공약의 실현 속도와 구체성에 따라 기대가 실질적인 수주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공급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정비사업의 병목 현상을 지목했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 인허가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사업이 수년씩 지연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공급 확대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건폐율 상향 ▲공사비 산정의 투명성 확보 등을 핵심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정부가 직접 개입해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민간 정비사업이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사업성을 보장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금까지는 정비사업에서 적용되는 용적률이 지나치게 낮거나 임대주택이나 공공시설 기부와 같은 공공기여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로 인해 조합과 시공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떨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개발이익 중 일부는 민간 사업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되 나머지는 임대주택 공급이나 도로·공원 같은 기반시설 조성에 쓰는 방식으로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인허가 속도가 빨라지고 사업성도 일정 부분 보장된다면 수년째 멈춰 있던 대형 사업지들이 순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며 “공급 확대는 물론 침체된 건설시장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급 확대 기조는 정비사업을 넘어 SOC 부문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 의지를 보이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C노선이나 3기 신도시 철도망, 수도권 급행버스(BRT) 사업 등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공공청사 이전 등 지역 균형발전 계획도 함께 진행될 경우 중견·중소 건설사와 토목업체에 수주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퍼지고 있다.
다만 정책 기조와 별개로 실현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크다. 정비사업은 이해관계자 간 조율이 복잡하고 인허가 절차 자체도 까다롭다. 규제 완화가 곧바로 사업 착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과도한 공공기여 기준 등 사업성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나 로드맵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엔 물음표가 남는다”며 “향후 국정 운영 과정에서 얼마나 빠르게 제도화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위기를 체감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수익성 저하와 자금 경색은 건설사들의 수주 여력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공사비는 급등했지만 분양 시장은 침체돼 대형사조차 원가율이 90%를 넘나드는 상황이다.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PF 부실 등으로 줄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음 달 시행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역시 정비사업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수요자의 자금 여력이 줄고 이는 분양성과 사업성 전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른바 ‘7월 위기설’까지 제기되는 분위기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이든 SOC든 일정과 물량이 실제로 나오지 않으면 정책 기대감은 시장 현실을 버텨내기엔 역부족”이라며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