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가 급락한 종목이나 레버리지 ETF 대거 매수
배당과 같은 인컴형 ETF에도 강한 매수세 보여 눈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서학개미들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악재에 주가가 급락한 종목을 매수하거나 고위험 레버리지 장기채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이 나왔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주 ETF를 적극적으로 담으며 방어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섰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미국 내 1위 민간 의료보험사인 유타이티드헬스그룹(UNITEDHEALTH GROUP INC)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 종목을 3억4798만달러(약 479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주가가 최근 급락했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매수세가 눈길을 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전 거래일 종가는 301.91달러로, 지난 4월 16일 기록한 585.04달러 대비 48% 넘게 하락했다. 미국 증시가 같은 기간 관세 리스크 완화로 상승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이 지난 4월 중 발표한 실적 가이던스(전망치) 하향, 메디케어 사업과 관련한 사기 의혹, CEO(최고경영자)의 갑작스러운 교체 등이 맞물린 결과였다. 그런데도 서학개미들은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학개미들의 과감한 베팅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1억7503만달러(2410억원)어치의 순매수 결제를 보인 ‘DIREXION DAILY 20 YEAR PLUS DRX DLY 20+ YR TREAS BULL 3X’ ETF였다. 이 ETF는 만기가 20년 이상인 미국 국채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는 미국 장기 국채의 금리가 다시금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국내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국채 20년물의 경우 4월 초 연 4.424%에서 지난달 중순 5.119%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에 따른 재정 적자 우려, 미국 국채 입찰 수요 부진 등에 따른 결과였다.   

이와는 반대로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움직임도 나왔다. 대표적인 종목이 일명 ‘슈드’(SCHD, Schwab US Dividend Equity ETF)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이 종목을 1억1849만달러(163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슈드는 고배당주뿐만 아니라, 배당성장률까지 고려하는 ETF다. 배당주와 이를 담은 배당 ETF는 통상 변동성이 낮은 종목으로 분류된다. 

또 다른 인컴형 ETF인 ‘JEPQ’(J.P. MORGAN NASDAQ EQUITY PREMIUM INCOME ETF)도 8571만달러(1179억)어치의 순매수가 나왔다. JEPQ는 나스닥100 지수 내 고배당주에 투자하되 콜옵션을 매도해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전략을 취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서학개미들을 살펴보면 크게 고위험·고수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성향과 안정적인 배당 성과를 추구하는 성향으로 나뉜다”며 “미국의 상호관세 탓에 글로벌 자산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였고, 이를 기회로 삼으려는 투자자들이 많이 나오면서 이 같은 두 성향이 순매수 상위 종목으로 나타났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 표=김은실 디자이너.
/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 표=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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