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3조 늘어···가계대출 7개월 만 최대폭 증가
기준금리 인하·집값 기대에 대출 ‘막차 수요’
금융당국, 스트레스 DSR로 속도 조절 나서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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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지난달 가계대출이 한 달 새 6조원 이상 급증하며 증가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부동산 시장의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증시 활황까지 더해지면서 가계의 자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금융당국이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당분간 증가세를 억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주담대 늘고 ‘빚투’ 급증···가계대출 4개월 연속 증가세

1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747조2956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6조5000억원) 이후 7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올해 들어 2월(4조2000억원), 3월(4000억원), 4월(5조3000억원)에 이어 4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47조2956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2108억원 늘었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해 8월 9조625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축소됐다가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넉 달 연속 확대되는 추세다. 

가계대출 중 전세자금대출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견인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3조1527억원 늘어난 592조5827억원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제 일시 해제와 금리 인하 등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며 주담대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용대출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신용대출은 지난달 1조815억원 늘어나 103조5746억원을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약 4년 만의 최대폭 증가를 보였다. 최근 증시 상승과 가상자산 투자 붐으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되살아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업 대출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838조2813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23억원 늘었다. 특히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5조4992억원으로, 지난해 4월 이후 1년여 만의 가장 큰 폭이다. 기업들이 금리 인하 시기를 맞아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한 가계대출 창구에서 차주가 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의 한 가계대출 창구에서 차주가 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 막차 수요 이어질 듯···대출 속도 조절 나선 은행권

다음 달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영향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3000만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규제 시행 직전 ‘막차 수요’가 증가해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업계 시각이다.

급격한 대출 증가세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20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금융권에 “지금은 관계부처와 금융권이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할 시기”라며 “금융권도 엄정하고 총체적인 상환능력 심사 등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 역량을 더욱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은행들은 자체적인 대출 관리 강화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SC제일은행은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0.2%P 올렸다. NH농협은행은 일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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