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등록 독려, 2020년 돌연 폐지
사업자·수요자에 ‘끝까지 간다’ 신호 줘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단기 임대주택 등록제 카드를 다시 꺼냈다. 2020년 폐지했던 제도를 5년 만에 되살린 것이다.

빌라나 오피스텔을 구입해 6년간 세 놓으면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고 1주택 지위도 유지된다. 전세사기 여파로 위축된 비아파트 임대시장을 되살리고 전월세 안정으로 연결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과거에도 등록을 유도한 뒤 갑작스럽게 제도를 폐지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정부는 “임대 등록하면 세금을 깎아주겠다”며 사업자 등록을 독려했다. 그러다 3년 뒤 같은 제도를 “다주택자 투기 수단”이라며 폐지했다. 등록 임대사업자들은 예고도 없이 혜택을 잃었고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을 떠안았다. 제도를 신뢰하고 따랐던 이들이 손해를 본 셈이다.

이번 제도에 제한이 많다는 점도 부담이다. 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주택 가격이 일정 기준 이하여야 한다. 수도권에서 이미 지어진 빌라나 오피스텔을 사는 경우 공시가격 4억원 이하, 새로 짓는 경우 6억원 이하만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런 조건에 맞는 매물은 수도권에서도 흔치 않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신축 빌라나 실거주형 오피스텔은 공시가격이 4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정부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등록을 해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선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다.

등록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자인 청년층이나 신혼부부가 비아파트 전세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전세사기 사건 이후 빌라나 오피스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데다 교통·안전·관리 측면에서도 아파트 대비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정부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기대하지만 수요자들은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거처럼 등록을 장려해 놓고 몇 년 뒤 손바닥 뒤집듯 혜택을 없애는 일이 반복된다면 시장은 더는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임대사업자든 실수요자든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고 판단한다. 단기 효과만 노리는 접근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이번에는 ‘끝까지 간다’는 신호가 필요하다. 제도가 유지될 것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책 목표뿐 아니라 법적 안정성, 유예기간 설정, 사후 보완책 등 운영의 일관성까지 설계돼야 한다. 주거 정책은 단기간 효과를 내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꾸준한 일관성과 지속성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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