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날릴 곳 없어 학습 데이터 확보도 불가능”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구절벽시대 K-방산의 질적 성장을 위한 국의 무인체계 발전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 사진 = 시사저널e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구절벽시대 K-방산의 질적 성장을 위한 국의 무인체계 발전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 사진 = 시사저널e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AI 기반 무기체계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국방 AI를 학습시킬 데이터를 확보할 방법조차 없다.”

국방 분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둘러싸고, 핵심인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이 발목을 잡고 있단 지적이 나왔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구절벽시대 K-방산의 질적 성장을 위한 국방 무인체계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국방 무인체계 전환을 위한 AI 기술 고도화 전략과 그 장애 요인이 집중 조명됐다.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주최로 열렸으며, 고기연 산불학회장이 사회를, 박주원 링크핀 대표가 좌장을 맡았다. 국내 대표 방산기업과 AI 전문 스타트업, 국방기술 관련 기관의 실무진들이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 “데이터 확보하려고 해도 현재 인프라로는 어려워”

김용덕 ADD AI책임연구원은 “무인항공기 데이터를 확보하려고 해도 공역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무인기 정보를 수집하려면 최소한 일주일 정도 기체를 운용하며 데이터를 수집해야하는데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병섭 한국항공우주산업(KAI) AI개발팀장도 “미국과 중국은 있지만 우리나라는 없는 것이 무인기를 날릴 수 있는 공간”이라며 “시뮬레이션을 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데이터가 곧 AI 성능을 결정짓는 요소임에도,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서부터 벽에 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박주원 링크핀 대표는 “국방 AI가 확산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망분리”를 지적했다.

그는 “기밀 보호를 이유로 망분리를 고수하면 민간의 클라우드 AI 툴은 사용할 수 없고, 결국 구축형(On-premise) 방식의 무겁고 비효율적인 시스템만 가능하다”며 “구축형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 비용을 들어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MLOps(Machine Learning Operations) 기반의 유연한 개발 체계를 강조하며, “육·해·공군 간 데이터 표준화와 실시간 협업이 가능한 기술 거버넌스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데이터 품질 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연계가 중요하고 이에 대한 표준화 필요성도 강조됐다.

김진우 국방기술품질원 지능소프트웨어팀장은 “AI는 사용자 요구사항을 모으는 단계부터 어렵다. 그런데 과거 빅데이터라면 굿데이터로 넘어가야 하고 이제는 고맥락 데이터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AI 모델을 배경지식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는가가 고맥락이며 고맥락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심 PD는 “AI는 지속적 학습과 업데이트가 필수인데, 일회성 사업 구조와 폐쇄적 인프라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없다”며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환경과 제도”라고 꼬집었다.

◇ ‘실전 투입’까지 가는 실행력 확보가 관건

박삼준 국방기술진흥연구소 AI PD는 “지난 수년간 수천억 원이 투입됐지만, 실제로 전력화돼 사용 중인 국방 AI 시스템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군·연구기관·기업 간 협력 체계와 실행력의 부재가 더 큰 문제”라고도 강조했다.

전동근 퀀텀에어로 대표도 “외산 기술을 단순히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등을 활용해 국내 생태계를 단계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AI는 독립적으로 개발할 수 없는 분야인 만큼, 글로벌 소스에 기반한 국내 고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K-방산의 ‘질적 성장’을 위해 AI 기반 무인체계 전환이 필수라는 공감대 속에서도, 지금의 제도·인프라·개발 구조로는 그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현실을 드러냈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AI 기술은 소프트웨어만이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험할 수 있는 환경,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 성과를 실전으로 연결하는 운영력이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초빙연사자료 나선 쳉 CEO는 전날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시사저널 미래포럼 2025(SFF 2025)’에도 참석해 전략을 공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방대한 군사 데이터를 학습시켜 전장에서 작동 가능한 AI를 개발하고 있다”며 “AI가 현대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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