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믹스 위반 솜방망이 벌금 논란
위반시 형사처벌 법제화 고려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소셜믹스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분양, 임대가구를 함께 섞어 조성하는 정책이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지역에 어우러져 거주토록 하는 방안이다. 빈부격차가 주거환경 격차로 이어져 사회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막겠단 취지다. 

소셜믹스는 2003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처음 도입한 후 꾸준히 확대됐고 2021년엔 서울 소재 모든 정비사업 단지에 의무화됐다. 지금도 단지 내 시설 공용시설 이용이나 운영 관련 의사결정에 있어 임대 거주민과 분양 거주민 간 갈등 문제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20여년간 제도가 이어지면서 다양한 사회 계층이 한 단지 내에 어우러져 생활하는 소셜믹스는 자연스러운 주거형태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최근 주거의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겠단 소셜믹스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부유층이 밀집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소셜믹스 대신 벌금으로 때우겠단 움직임이 번질 조짐이 보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재건축정비조합은 소셜믹스 정책을 지키지 않고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추첨을 별도로 진행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 단지에 재추첨을 지시하지 않고 조합에 기부채납 방식으로 벌금 20억원을 매기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돈으로 소셜믹스를 뭉개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셜믹스의 유연한 적용을 검토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셜믹스를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벌이는 정비조합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부의 커뮤니티화가 두드러지는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조합원들에게 임대 거주민들과 섞이기 싫은 바람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단 희망(?)를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바람직하지 않다. 소셜믹스는 돈으로 흥정할만한 제도가 아니다. 소득 수준과 계층, 연령, 직업 등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면 사회적 격차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사회통합의 취지가 담긴 소셜믹스의 원칙이 훼손돼선 안된다. 

계층간 주거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소셜믹스는 대선정국을 맞아 유력 대선주자들이 입 모아 강조하는 양극화 해소와 맞닿아 있는 정책이다. 새 정부는 흔들리는 소셜믹스 제도를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다잡을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회도 함께 나서 소셜믹스를 법률적 의무로 명시하고 위반시 형사처벌 조항을 담는 입법적 대책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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