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3강 도약, 반도체·데이터센터·사회적 공감 ‘삼각축’ 필요
“GPU 없이 AI 없다”···연산능력·설계력서 밀리는 한국
AI 데이터센터 153개, 수도권 쏠림에 인프라 분산 과제 부각
“기술 아닌 인간 중심”···AI 시대 윤리와 포용 강조한 마지막 세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AI 기술패권 경쟁의 주도권이 기술력 그 자체에서 전력 인프라와 반도체 설계·생산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28일 열린 '시사저널 미래포럼(SFF 2025)'에서는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뒷받침할 연산능력·전력공급·산업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의 강연과 세션 2~4에 걸친 전문가들의 발표는 한국이 AI 3강(G3)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현실적 벽’을 부각시켰다.
◇ “AI 데이터센터, 국가경쟁력 좌우···전력 수급이 핵심”
이날 세션 2에서는 AI 생태계 기반이 되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 필요성이 집중 논의됐다. 발표자로는 라지브 비스와스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믹스 대표, 이영탁 SK텔레콤 성장지원실장, 이지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이 참여했다.
라지브 비스와스 대표는 “디지털 데이터를 위한 AI 공장인 데이터센터는 국가의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열쇠”라며 “미국과 중국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를 주도하며 향후 글로벌 에너지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한국은 현재 아시아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5위권 수준이며, 데이터센터 수는 153개, 수전용량은 1.4GW 수준”이라며 “AI를 국가 전략기술로 격상한 만큼 정부의 정책 실행력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유치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 고속회선 확보, 이중화 설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효율성, 지속 가능성, 모듈형 설계, AI 기반 자동화 등 4대 요건을 갖춘 미래형 인프라로 진화해야 한다”며 “60%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재 구조를 분산하고, 재생에너지 활용이 가능한 설계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GPU 없이 AI 없다”···반도체 패권이 갈라놓는 AI 미래
이날 세션 3에서는 AI 반도체 패권 경쟁의 현황과 한국의 생존 전략이 심층 분석됐다. 발표자로는 유회준 KAIST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장과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참여했다.
AI 기술 발전은 연산 능력의 한계와 전력 소비 문제라는 기술적 장벽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AI 전용 반도체(GPU, NPU, TPU 등)의 성능과 설계 역량이 기술패권의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시장은 엔비디아가 독점적으로 주도하고 있으며, AMD, 인텔, 구글, 테슬라 등도 AI 반도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의 미래 전망, 차세대 AI 칩의 기술 혁신 방향,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국가적 대응 전략 등이 종합적으로 논의됐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고성능 AI 칩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설계 역량 강화와 파운드리 생산 능력 확대, AI 최적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 “AI의 미래, 인간성과 공존에 답 있다”
이날 세션 4에서는 기술적 경쟁을 넘어선 사회적 가치와 공존 전략에 대한 고민이 제기됐다. 발표자로 나선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AI는 결국 인간을 위한 도구가 돼야 하며,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합의가 함께해야 지속 가능한 AI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는 기술혁신이 중요한 경쟁 요소였다면, 앞으로는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가 더 큰 질문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기술력뿐 아니라 사회적 공감 능력을 통해 글로벌 AI 질서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일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사회적 신뢰 확보와 문화·교육적 기반 마련, 글로벌 거버넌스를 포함한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AI가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하며, 기술 접근성의 격차를 줄이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AI 대한 정부 의지, 예산 3배 증액으로 증명”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정부는 한국이 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에 힘을 쏟고 있다. 강 차관은 이날 포럼에서 “정부는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이 되도록 모든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며 “올해 AI 예산이 작년 대비 3배 넘게 증액된 1조1000억원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AI 분야에서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기업, 정부, 연구자, 시민사회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차관은 ICT 분야에서 30년 남짓 공직 경력을 쌓아 온 디지털 정책 전문가다. 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과기정통부 등에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디지털 플랫폼 등의 핵심 보직을 거쳤다.
강 차관은 “정부는 민간이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정책 자금 지원, 인재 양성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AI 컴퓨팅 자원 확보와 반도체 생태계 강화, 데이터 확보 등 3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키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