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장애인 등 제도 소외 부작용
“플랫폼 하청화에 실질 임금삭감 가속”
이재명, 최저임금 대상 확대 ‘만지작’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산업구조 다변화로 근로자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저임금제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대선 국면을 맞아 대학원생, 장애인 등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약자들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주요 대선주자들도 최저임금 문제를 공약으로 거론하면서 차기 정부에서 확대 적용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27일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열린 최저임금 외면 노동자 증언대회에서는 대학원생, 장애인, 방과후강사, 배달라이더 등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급여환경이 공개됐다. 

최저임금제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기준금액 이상을 지급토록 국가가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이다. 사업주가 임금을 지나치게 내리는 것을 막아 근로자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이 가능토록 하잔 취지를 담고 있지만, 근로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제도상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증언대회에선 학생이자 노동자란 이중적 지위를 가진 대학원생들이 정당한 근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는 실태가 공개됐다. 인건비를 장학금 형태로 지급 받다보니 최저임금, 4대보험, 퇴직금 등 정당한 노동 대가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학생 양우혁씨는 “장학금 액수는 학교가 규정한 등록금의 일부 수준인데 이를 근로시간으로 나눠봐도 최저임금에 훨씬 못미친다”며 “조교 업무를 병행하면서도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대학원생은 본연의 업에 집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자의 기본적 생계가 불안정하면 연구에 전념하는 직업연구자로 살기 어렵기에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임금을 장학금 형태로 지급하는 관행을 끊어내 최저임금 지급을 보장해야 한단 지적이다. 

장애인 근로자 임금 문제도 제기됐다.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담은 최저임금법 영향으로 장애인의 급여 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직접 차별 성격이 짙어 개선이 필요하단 비판이다. 

27일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최저임금 외면받는 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27일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최저임금 외면받는 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노동자가 1만명(2023년 기준)에 육박하고,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의 평균 추정임금은 가장 높았던 2019년 기준으로도 월 37만원을 갓넘는 수준, 시급으로는 2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란 지적도 있었다. 

플랫폼 종사자들의 고충도 소개됐다. 국토부 실태조사 결과 배달라이더들은 월평균 약 381만원을 벌고 약 95만원을 보험료, 렌탈료 등으로 지출, 실질 월급여는 286만원 수준이었다. 이를 감안한 시급은 9500원대로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들은 배달라이더 운임을 실시간으로 조정하고 있고 배달 운임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의 경우 2024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운임을 삭감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도 하청화가 가속화하면서 라이더의 노동환경이 더욱 악화하는 상황이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플랫폼사는 사측 임의대로 변경 가능한 약관변경을 근거로 운임을 삭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약관에 부동의하면 계정이 정지된다”며 “임금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급여가 제대로 산정됐는지 조차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방과후 교사들의 경우 교구 준비 등 수업준비시간을 포함하면 평균 주당 노동시간이 30시간이 넘는 경우도 많지만 실질임금이 150만원 이하인 경우가 40%에 육박하는 정도로 심각한 저임금 구조란 점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이 자리에선 새정부가 차별없는 최저임금제도 정착에 나서야 한단 지적이 제기됐다. 최저임금에서 배제된 노동자가 늘어나는 시대이기에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고, 새정부 출범시기와 최저임금 협상시기가 맞물리는 상황이기에 최저임금 정책 방향 설정이 중요하단 의견이 제기됐다.

대선 정국에서 주요 대선주자들의 최저임금 정책 방향엔 온도차가 감지된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 근로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 등이 사측과 분쟁이 생겼을 때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한단 것이다.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란 점을 입증할 책임은 사용자가 지게 되는 안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최저임금 범위 확대와는 결을 달리한다. 비수도권지역에서 최저임금 제한을 해제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자체와 지바의회에서 최저임금의 일정 폭을 조정할 수 있도록하는 방안을 내놨다.

노동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화두로 던져진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위원회 등 차기 정부에서 책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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