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최 전 COO 복귀에 사측 관여 배경·경영진 책임 관련 입장 요구
노조 “30일까지 경영진 해명 없으면 다음달 11일 집회”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1784 1층 로비에서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테크비즈니스부문 대표 복귀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 사진 = 네이버 노동조합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1784 1층 로비에서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테크비즈니스부문 대표 복귀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 사진 = 네이버 노동조합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네이버 노동조합(노조)이 조합원 총투표에서 99%가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테크비즈니스부문 대표 복귀를 반대했다고 27일 밝혔다. 노조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경영진이 이달말까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 다음달 11일 보다 강한 수위의 집회를 다시 진행키로 했다.

이날 네이버 노조는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네이버1784에서 최 전 COO의 복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19일 인도, 스페인 등 그동안 진출하지 못했던 해외 시장을 겨냥해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확장하고 헬스케어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단 취지로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했다. 해당 부문의 초대 대표에는 네이버 창립 멤버이자 이해진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 전 COO가 선임됐다.

최 전 COO는 2021년 직원 A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촉발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의 책임을 지고 COO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번 인사는 사실상 4년여 만의 공식 복귀다.

이와 관련 네이버 노조는 지난 19일부터 최 전 COO 복귀 반대 피케팅을 매일 진행했으며, 해당 현안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도 진행했다. 투표 결과 조합원 5701명 중 4507명(투표율 79.06%)이 참여했으며 4454명(98.82%)이 복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위원장은 “잘못이 있는 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의 전제조건이자 시작이다. 최 전 COO의 복귀는 이 모든 것을 과거로 돌리는 일이다. 최 전 COO는 전에도 후에도 없었던 구성원들의 강한 문제제기를 묵살했고, 결국 누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며 “사람의 목숨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많은 분들이 이 일에 엄청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어디서도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구성원을 죽음으로 몰고간 네이버에서 만큼은 최 전 COO 가 다시 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냥 조직장이 아니라 '대표' 라는 직함을 달고 복귀한 최 전 COO 는 다시 C레벨 등 분명 더 큰 역할을 부여받게 될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관리 책임하에 놓이게 될 것이다. 구성원이 고통받는 네이버를 만들 수는 없다”며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던 경영진은 지금 어디에 있냐. 수천명 구성원들의 동료를 잃은 아픔, 직장내 괴롭힘으로 또 고통받을 수 있다는 트라우마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한 사람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한 것이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정녕 수천명의 구성원들보다 함께 해온 경영진 한명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냐”고 덧붙였다.

이날 노조는 사측에 지난 3월 당시 회사의 구성원도 아니고, 복귀 여부도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내부적으로 최 전 COO의 입장을 소명하는 설명회를 마련한 이유와 4년 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던 직원의 사망과 관련해 최 전 COO의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경영진의 입장을 요구했다.

노조는 회사 경영진이 오는 30일까지 공식적인 답변과 함께 최 전 COO의 복귀를 철회하지 않으면 다음달 11일 더 강한 수위의 집회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네이버는 ‘원래 그렇지 뭐’라고 그냥 받아들이지 말자”며 “4년 전 우리가 결국 최 전 COO 해임 결정을 만들어냈듯이, 우리가 함께 한목소리를 내면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다”며 “지금이라도 최수연 대표가 부임하며 했던 구성원을 존중하겠다던 그 초심 잃지 않고 지금이라도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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