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수사에서 총수 일가 횡령·배임 수사로 확대
내부거래 넘어 경영권 승계 일환···“상속·증여세 부담 최소화”
정도원·정대현 부자 수사선상에···인지·공모·지시 여부 확인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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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삼표산업이 레미콘 원자재를 비싸게 구입하는 방식으로 ‘총수 2세’ 회사를 부당지원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총수 일가의 개인 책임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에 혐의점을 두고 시작한 수사가 총수 일가의 횡령 배임 등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로 확대된 모양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전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삼표산업 등 삼표그룹 계열사 사무실과 정도원 회장을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삼표산업이 또 다른 삼표그룹 계열사인 레미콘 원자재 업체 ‘에스피네이처’로부터 원자재(분체)를 시가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방식으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약 75억 원의 부당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분체는 레미콘 재료인 시멘트의 재체제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검찰은 이 같은 부당지원이 단순한 ‘내부거래’를 넘어, 그룹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본다. 부당지원의 객체인 에스피네이처는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아들 정대현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지분 71.95%를 보유한 회사다. 에스피네이처에 수익 기반을 마련해주고, 그룹 내 지배력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게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홍성원 전 삼표산업 대표와 삼표산업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시사저널e가 박지원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공소장에는 삼표그룹의 승계계획에 따른 구조 재편 계획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 부회장이 부친의 지분을 상속, 증여 등으로 직접 취득하는 방식으로 삼표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경우 정 부회장은 막대한 상속·증여세를 부담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룹 내부에서는 이 같은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 부회장에게 삼표그룹의 경영권을 원활하게 승계시키는 방안으로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에스피네이처 및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표산업을 통해 삼표그룹을 지배하는 방안이 검토됐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를 추진하기 위해 산표산업 등 삼표그룹 내 계열사들이 에스피네이처로부터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분체를 구입하는 방법 등으로 에스피네이처의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확보해주고, 이를 기반으로 삼표그룹 내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라고 했다.

특히 검찰은 홍 전 대표가 정도원 회장에게 직접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아왔다는 점, 승계계획에 따라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의 임원진과 공모했다는 점 등을 명시적으로 적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정 회장을 직접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부당지원이 실제로 그룹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는지, 정 회장이 이를 보고받고 공모 지시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이번 수사는 대기업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책임을 법인에게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등 개인 책임까지 추궁한다는 검찰의 엄벌 기조가 재확인된 사례다. 검찰은 지난 2023년에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의 부당지원 고발을 받고, 조현범 회장의 횡령·배임 등 개인 범죄까지 수사에 재판에 넘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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