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씨셀, 적자 전환 후 손실폭 확대
자회사 매각 등 유동성 확보 분주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지씨셀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NK세포치료제 개발 성과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업적자와 현금 고갈 우려가 커지자, 자회사를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뛰어들었다. 유일한 상업화 신약인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주(Immuncell-LC)’ 의존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씨셀은 2007년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한 간암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주 이후 신약 R&D 부문에서 명확한 차기 성장동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NK 세포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이 임상 1상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임상시험을 완료한 뒤 차기 전략을 세우는 단계에서 고전하고 있다.
◇ 검체·검사 서비스 수요↓···매출 부진 심화
과거 지씨셀은 팬데믹 기간 검체검사 서비스로 수익성을 높이며 2021년 영업이익률은 20%를 상회했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 이후 검사 수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급감했고 2023년 영업이익률은 2%로 쪼그라들었다. 2022년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의 첫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주목 받았으나, 이듬해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이문셀엘씨와 배송(물류) 등의 매출액은 증가했으나, 검체·검사 서비스 매출이 감소한 결과다. 지난해부터 심화된 의정 갈등이 검체·검사 매출 부진에 주된 영향을 끼쳤다.
올해도 지씨셀은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지씨셀의 영업손실은 57억원으로 전년 동기(53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매출액은 3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다. 순손실은 179억원에 달했다. 지씨셀의 실적 부진은 모회사인 GC녹십자(지씨셀 지분 33.3% 보유)의 실적에 연결 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 지씨셀을 향한 장기적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에 지씨셀은 이뮨셀엘씨주 글로벌 입지 강화해 수익성을 개선시키겠다는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도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이 지속되면서 검체·검사 서비스만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뮨셀엘씨주 국내 매출은 2022년 306억원, 2023년 349억원에 이어 지난해 381억원을 기록하며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 갈 길 먼 이뮨셀엘씨주 후속작 개발
다만 이뮨셀엘씨주를 제외하고는 시장에 내세울 개발이 진전된 파이프라인이 없다는 점은 지씨셀의 성장동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씨셀은 NK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 중 간암과 림프종을 타깃한 ‘MG4101’은 국내 2a상까지 완료했지만, 4년째 후속 임상 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또 유방암 또는 위식도 접합부 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AB-201’은 지난해 호주 임상을 자진 취하하고 국내 1상만 진행하고 있다. NK 및 T 세포 악성종양 치료제 ‘GCC2005’는 올해 초부터 임상 1상 환자 투약이 시작됐다.
지씨셀 관계자는 “MG4101은 임상 완료 후 데이터 취합과 분석이 진행 중이고, 이후에 넥스트 스텝이 정해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뮨셀엘씨주 미국 진출도 당초 계획보다 수년째 지연되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씨셀은 이뮨셀엘씨주에 대해 지난 2022년 인도 제약사 리바라(Rivaara)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지난해 인도네시아 제약사 비파마와도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권에서는 기술이전으로 수익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면역세포치료제 시장 규모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출시 관련해서는 아직 고무적인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뮨셀엘씨주 국내외 판매만으로는 확실한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출 부진이 장기화되자, 현금 곳간도 비어가고 있다. 2022년 말 474억원에 달했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초 기준 23억원으로 줄었다. 지씨셀의 연구개발비와 인건비, 각종 운영비를 포함한 판관비 지출은 연간 500억원대를 상회한다. 추가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지자 지씨셀은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일본 자회사 ‘GC림포텍(Lymphotec INC.)’ 지분을 일부 매각해 46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자회사 ‘노바셀’의 지분을 전량 매각해 43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씨셀 관계자는 “별도의 외부 자금조달 계획까진 현재 없는 상태”라며 “CAR-T 보다는 CAR-NK에 연구 파이프라인 집중하기 위해 CAR-T 관련 법인 노바셀 올해 초 청산하고 일본쪽 림포텍 지분도 일부 정리해서 연구개발 및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