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예실차 손실 703억···작년 손실의 '14배'
예실차 비율도 -44%···당국 권고 수준의 '9배'
규제 마다 CSM 급감···CSM 산출 방식 '의구심'

서울 서대문 농협손해보험 사옥 / 사진=농협손해보험
서울 서대문 농협손해보험 사옥 / 사진=농협손해보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농협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예실차 손실이 당국의 권고치를 넘길 만큼 크게 불었다. 농협손보의 회계 처리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매해 금융당국의 규제가 적용될 때마다 ‘미래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이 급격히 줄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단 설명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손보의 올해 1분기 순익은 2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급감했다. 보험영업 부문에서 18억원 손실이 발생한 결과다. 지난해 1분기 616억원의 보험이익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630억원이 넘는 순익이 감소한 셈이다. 다만 투자이익이 같은 기간 두 배 넘게 늘면서 전체 실적이 적자에 빠지는 것은 피했다.   

보험영업에서 손실이 발생한 이유는 예실차 때문이다. 올해 1분기 703억원의 예실차 손실을 거둔 것이다. 보험금 예실차 손실이 713억원이고, 사업비 예실차 이익이 10억원이다. 지난해 예실차 손실이 51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3개월 동안 작년 한 해 적자의 약 14배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은 것이다. 

예실차는 장기보험 손익 지표 중 하나로,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사업비와 실제 발생한 보험금·사업비의 차이를 의미한다. 예실차의 절대값이 작을수록 보험사가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CSM을 산출하는데 있어 활용하는 손해율, 유지율, 사업비율 등 계리적 가정값을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실차 손실 규모가 크면 CSM을 부풀리기 위해 계리적 가정값을 낙관적으로 정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약간의 예실차 이익을 보기 위해 계리적 가정값 산출에 심혈을 기울인다.  

더 큰 문제는 예실차 손실 규모가 당국이 권고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농협손보의 1분기 예실차 비율은 -44.3%에 달했다. 이 지표는 예실차 규모를 예상 보험금·사업비로 나눠 산출한다. 1분기 농협손보의 예상 보험금·사업비는 1586억원이다. 당국은 보험사들이 CSM 규모를 자의적으로 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비율을 -5%에서+5%사이가 되도록 감독하고 있다. 당국의 권고치 대비 8배 넘는 비율을 기록한 것이다. 

/자료=농협손해보험,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자료=농협손해보험,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이에 농협손보의 CSM 산출 방식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지난해부터 이 회사의 CSM 규모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있을 때 마다 크게 줄었다. 특히 지난해 당국이 마련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의 충격으로 CSM이 8423억원 감소한 바 있다. 그 결과 IFRS17이 도입된 지난 2023년 초 CSM 잔액은 2조1060억원이었지만 올해 3월엔 이보다 5233억원(25%) 쪼그라든 1조5827억원을 기록했다. 매해 영업을 통해 새로 추가한 CSM 규모보다 계리적 가정값 변경 등 경험조정으로 깎인 규모가 훨씬 더 컸던 셈이다. 

CSM의 감소는 자본건전성 악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CSM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의 자기자본(가용자본)으로 인정되기에 CSM이 클수록 지표도 개선된다. 올해 3월 말 농협손보의 킥스 비율은 130.1%로 전년 동기 대비 102%포인트 추락했다. 시중금리가 내려가 자본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CSM 감소가 겹친 결과다.     

당분간 농협손보는 CSM 규모가 회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영업 성적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1분기 신계약 CSM이 5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급감했다. 2023년까지 농협손보는 매 분기 900억원 내외의 신계약 CSM을 확보했지만, 2024년 2분기부터 5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보험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하기에 한 번 크게 감소한 CSM을 신계약 실적으로 만회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자료=농협손해보험,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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