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정비창서 역대급 조건으로 수주 사활
방배신삼호선 ‘한국판 마리나베이’ 제안
연초부터 수주 활동···상반기 3조원 가능성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투시도 / 사진=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투시도 /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과거 대형 사고로 위축됐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수주 공세를 펼치며 복귀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선 정비사업을 통틀어 역대 최고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고, 방배와 신당 등 서울 주요 입지에서도 단독 또는 컨소시엄 전략으로 수의계약 가능성을 높이며 수주 영역을 넓히고 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이 올해 사활을 건 사업장은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이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은 한강로3가 일대에 지상 38층, 12개 동 규모로 아파트 777가구, 오피스텔 894실을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약 9558억원(3.3㎡당 960만원)에 달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인접하고 한강 조망이 가능해 초고급 주거단지로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HDC현산은 해당 사업장을 두고 포스코이앤씨와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HDC현산은 조합에 업계 최고 수준의 조건을 내세웠다. 3.3㎡당 공사비로 858만원을 제시했다. 경쟁사인 포스코이앤씨(894만원)은 물론 조합이 정한 공사비보다 낮은 금액이다. 이주비 조건도 파격적이다. 조합원 세대당 최저 20억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50%를 보장하고 금리는 국내 정비사업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인 CD+0.1%를 제안했다. 이는 연초 정비업계 최대어로 꼽히던 한남4구역에서 현대건설이 제시한 조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방배신삼호 재건축 조합에 제안한 인피니티 스퀘어 풀 모습 / 사진=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방배신삼호 인피니티 스퀘어 풀 모습 / 사진=현대산업개발

아울러 모든 분양대상 건축물(아파트, 오피스, 상가 등)에 대해 대물변제를 약속한 점도 눈에 띈다. 기존에는 수익성이 불투명한 업무시설이나 상가는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HDC현산은 최초 일반분양가 혹은 준공 시 감정가 중 높은 금액으로 대물변제를 약속하며 조합 측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또한 용산역 지하통로 연결 구상을 선제적으로 내놓으며, 동일한 카드를 준비 중이던 포스코이앤씨보다 한발 앞서 조합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강남권에선 차별화된 설계 전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HDC현산은 서초구 방배동 방배신삼호 재건축 1차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조합 측이 공사비 조건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차 입찰도 유찰될 가능성이 높아 수의계약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당 사업지는 반포 생활권과 인접한 920가구 규모의 재건축 단지로 입지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HDC현산은 해당 사업장에서 ‘THE SQUARE 270’이라는 이름의 고급 조경·커뮤니티 설계안을 조기 공개하며 조합 설득에 나섰다. 설계안에는 지상 140m 상공에 조성되는 ‘인피니티 스퀘어 풀’을 비롯해 25m 정규 레인과 다양한 수중 시설이 포함된 ‘어뮤즈먼트 풀’, 고급 호텔식 ‘프라이빗 풀’ 등 3가지 수영장을 포함한 커뮤니티 계획이 포함됐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연상시키는 고급 이미지를 통해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단지 중앙에 갤러리형 보행 회랑 ‘인피니티 루프’를 배치하고, 프랑스 남부 미모사 루트에서 착안한 ‘루미에르 가든’을 커뮤니티 중심에 두는 등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고급 커뮤니티 구현에 방점을 뒀다.

/ 그래픽=시사저널e

강북권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HDC현산은 GS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 중구 신당10구역 재개발 시공사 입찰에 참여했다. 신당10구역은 서울 지하철 5·6호선 청구역과 2·6호선 신당역 사이에 위치한 역세권 사업지다. 최고 35층, 1423가구 규모 대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공사비는 약 6217억원으로 추산된다. 1차 입찰은 컨소시엄 외에 다른 참여자가 없어 유찰됐다. 조합은 수의계약 전환을 검토 중이다. 경쟁이 적은 사업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HDC현산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도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강원 원주 단계주공 재건축(4369억원), 부산 광안4구역 재개발(4196억원), 경기 안성 오성대우 재건축(1369억원) 등에서 시공권을 따내며 신규 누적 수주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과 방배신삼호, 신당10구역 등에서 수주에 성공할 경우 상반기 내 3조원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5년간 연간 실적을 단기간에 뛰어넘는 규모로 HDC현산이 정비사업 시장에서 수주 복귀를 넘어 실적 면에서도 뚜렷한 반등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외형적인 수주 실적과 별개로 브랜드 신뢰 회복과 수익성 유지라는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위축됐던 시장 내 신뢰를 회복하려면 단순한 수주 확대를 넘어 실제 시공 품질과 고객 만족도로 이어지는 후속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최근 제안된 조건 상당수가 업계 최상위 수준으로 시공사엔 수익성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절감·이주비 확대·대물변제 등은 조합에 매력적이지만 시공사 입장에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적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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