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규제·GA 비중 증가···CSM 확대 어려워

/자료=삼성화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삼성화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화재가 올해 ‘미래이익’ 보험계약마진(CSM)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잡았단 평가가 나온다. 당국의 규제가 강화된 동시에 전속 채널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험대리점(GA)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어 삼성화재는 CSM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이어지는 규제 충격···신계약 CSM 전망 '흐림'

삼성화재는 14일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은 14조333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약 2590억원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4092억원) 대비 CSM 증가 규모는 약 1500억원 줄었다. 손해보험사 CSM 규모 2위인 DB손해보험이 1분기 CSM을 6370억원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CSM은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보험사가 장기상품 판매를 통해 향후 얻을 이익을 추산한 값이다. 계약 기간 동안 받을 돈(보험료)에서 나갈 금액(보험금, 사업비)을 각각 추정해 뺀 값이다. 보험사에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은 손해율, 해지율, 사업비율 등 각 계리적 가정값을 활용해 산출한다. 계리적 가정값이 바뀌면 CSM 규모도 조정된다. 

올 1분기 CSM 성장세가 꺾인 이유는 신계약 CSM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1~3월 동안 삼성화재가  새로운 계약을 통해 확보한 CSM은 701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0.8% 급감했다. IFRS17이 도입된 첫 해인 2023년 1분기 다음으로 적은 규모다. 

지난해 당국이 마련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탓이다. 이를 적용하면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는 한 기존 방식 대비 신계약 수익성(신계약 CSM 배수)이 크게 내려간다. 올해 1분기엔 무·저해지 상품의 보험료를 올리지 않았기에 삼성화재의 신계약 CSM 배수는 1190%로로 한 해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0%포인트 급락했다.

더구나 규제의 여파는 보험료를 인상한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상품 가격이 올라간 2분기부터는 신계약 보험료 판매 실적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소비자들이 무·저해지 구조의 상품을 많이 선택했던 이유는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보험료 인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더라도 판매 규모가 감소하면 신계약 CSM이 늘어나기 어렵다.

이에 삼성화재는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CSM을 얼마만큼 늘릴지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단지 지난해보다 더 많이 늘리겠다고만 밝혔다. 업계에선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4년은 금융당국의 규제 충격으로 인해 업계 전체의 CSM 성장세가 크게 꺾였던 해였기 때문이다. 작년 삼성화재의 CSM 잔액 증가액은 7711억원으로 전년에 기록한 규모(1조1586억원) 대비 약 33% 크게 감소했다. 

/자료=삼성화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삼성화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전속 채널 강화한다 했지만···GA 의존도 심화 '부담'

삼성화재가 실적에 대해 쉽게 자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규제 외에도 치열해지는 GA 시장 경쟁 탓도 있다. 보험사들은 GA 설계사에 대한 판매 인센티브를 대폭 올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결과 GA 채널을 통해 계약을 맺은 보험의 유지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GA 소속 설계사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주로 보험 체결에 대해 지급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도 1분기에 유지율 하락세가 이어졌다. 올해 1~2월 동안 기록한 37회차 보장성 보험 유지율은 53.8%로 지난해 대비 3%포인트 내려갔다. 작년에도 전년 대비 1.4%포인트 떨어진 경향이 이어진 것이다. 유지율 하락의 영향으로 삼성화재는 올해 1분기에 CSM이 약 1조6000억원이 깎였다. 작년에도 같은 요인으로 매 분기 2000억원 내외의 CSM이 감소했다. 

삼성화재는 GA 의존도를 낮추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장기 인보험 신계약 보험료(월납 환산) 가운데 GA의 비율은 44.6%로 지난해 대비 2.8%포인트 오히려 오른 것이다. GA에서 발생한 신계약 실적 금액만 놓고 봐도 80억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11.9%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전속 채널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다만 2분기부터 진행된 무저해지 상품 보험료 인상에도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줄지 않는다면 CSM 잔액도 예상보다 크게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양덕현 삼성화재 채널 경쟁력 강화 팀장은 실적발표회에서 “무저해지 상품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 인보험 상품 실적이 예상보다 20% 넘게 증가했다”라면서 “또 보험료 인상 효과로 신계약 CSM 환산배수도 1400%로 올라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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