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계속고용의무제 절충안 제안
경영계·노동계 모두 일단 부정적 기류
“대기업에 청년 고용 의무 부과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사회적 대화 채널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법정 정년연장과 경영계 방안인 퇴직 후 재고용을 절충한 계속고용의무제를 정년연장 해법으로 제시했다.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국민연금 수급 연령인 65세까지 기업에 고용의무를 지우는 방안으로 일단 노사 모두 비판적 분위기다.
다만, 정년연장 문제에 있어 접점 도출에 진일보한 방안이란 평가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단 진단이 나온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공공기관의 경우 계속고용의무제로 사라질 수 있는 젊은층 일자리를 정부가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단 조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경사노위는 전날 근로 의지가 있는 고령 근로자를 기업이 의무적으로 재고용하게 하잔 취지의 계속고용의무제를 제안했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 현행 법정 정년인 60세는 유지하되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까지 기업에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안이다. 65세는 2033년부터 국민연금 수급이 개시되는 연령이다.
개별 사업장에서 노사 자율 합의를 통해 정년을 연장한 경우 이를 존중하되, 정년 연장에 대한 노사합의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가 희망 고령자를 계속 고용토록 의무화했다. 기업에겐 기존 직무와 근로시간을 유지하는 직무유지형과 합리적 이유가 있을 경우 근로시간 단축 또는 직무변경을 할 수 있는 자율선택형 중 선택 옵션을 제공했다.
대기업, 공공기관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관계사로 전직하더라도 계속 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는 특례도 마련했다.
계속고용의무 적용 시기는 2028~2029년 62세, 2030~2031년 63세 2032년 64세 2033년 65세로 연령을 상향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 경우 국민연금 수급과 계속고용의무 연령 차이는 2026~2027년 3세에서 2028~2029년 2세 2030~2031년 1세로 줄어들고, 2032년(64세), 2033년(65세)엔 동일해 진다.
계속고용의무제는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법정 정년 연장과 경영계에서 요구하는 퇴직 후 재고용의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노사정 합의안이 아닌 공익위원 제언으로 강제력은 없어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다만, 양측 모두 계속고용의무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노동조합이 없는 대다수 사업장이나 교섭력이 낮은 사업장은 정년 연장이 아닌 기업 재량에 맞춰 비용 절감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조건 악화를 우려했다. 이정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은 “계속고용의무제는 정년 연장을 하되 법적 의무 없이 기업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하겠단 것이다. 결국 기업이 마음에 드는 직원은 계속 고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고용을 안하겠단 것인데 이건 실질적 계속 고용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편적 정년 연장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건강 사유 등이 있을 경우 제한을 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경사노위 계속고용의무제는 굉장히 편향적 방안”이라며 “호봉제의 경우 연봉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문제 관련해선 사업장 단위에서 그 부분을 협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소득 공백이 생기는 부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정년연장이란 점을 염두해 정책 설계에 나서야 한단 지적이다.
반면, 경영계에선 호봉제 등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 의무를 강제하면 기업 비용 부담 심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김선애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은 “계속고용의무화를 하면 근로자 측에선 기존 근로조건을 확보하려 하기에 사실상 정년 연장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정도로 기업 부담이 크다”며 “60세 이후 고령자 계속 고용의 전제 조건인 연공에 기초한 높은 임금체계 개편 방안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방적 재고용 의무화는 기업이 지속하기 어려운 방안이란 비판이다.
이어 “65세까지 일하는 연령대를 높이는 방향은 동의한다. 일률적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기업 자율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맞는 방향으로 고령 일자리를 더 많이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사노위가 제안한 계속고용의무제는 제언 성격이라 강제력이 없다. 노사정 합의가 있어야 시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로선 노사 모두 반발하지만 의무적 정년 연장 방안보다는 접점 도출이 좀 더 용이한 방안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 중소기업 현실을 제대로 감안해야 제대로 된 정책효과가 나올 수 있단 진단도 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은 정년 연장 효과를 보겠지만 중소기업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고, 현장에선 고령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구조”라며 “정년연장, 계속고용 혜택이 90% 이상인 종소기업 일자리엔 가지 않아 고령 고용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 임금체계, 파견 등 부차적 부분이 어떻게 설정되는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것”이라며 “대기업, 공공기관은 정년 연장시 청년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사실”이라며 “이들 기업의 경우 정부가 어느정도 청년 고용 의무를 좀 더 부과할 수 있을 것이기에 이 부분을 병행해 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