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콜옵션 행사 불허했지만···강행 결정
무저해지 규제도 당국 권고 따르지 않아
"매각 앞두고 있는데"···건전성 악화도 문제

서울 세종대로 롯데손해보험 사옥 / 사진=롯데손해보험
서울 세종대로 롯데손해보험 사옥 / 사진=롯데손해보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의 불허에도 후순위채권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 행사를 강행했다. 업계에선 매각을 앞둔 롯데손보가 당국과 정면충돌하는 행보를 두고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 롯데손보는 향후 자본건전성을 개선하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 2020년 5월 발행한 후순위채권 900억원에 대한 콜옵션을 예정대로 이날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 롯데손보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결정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규정을 근거로 롯데손보의 콜옵션 행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150% 이상이 돼야 보험사는 콜옵션을 시행할 수 있는데, 롯데손보의 작년 말 기준 이 비율은 125.85%로 150% 선을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한 해 전과 비교해 약 49%포인트 급락했다. 킥스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분자는 보험사의 가용자본, 분모는 요구자본으로 이뤄진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롯데손보의 행보에 즉각 입장을 냈다. 그는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롯데손보가 킥스 비율 저하로 조기 상환 요건을 미충족함에도 일방적으로 조기 상환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이어 “롯데손보가 계약자 보호에 필요한 재무 건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평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향후 롯데손보는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데 인수합병(M&A) 인가권을 쥐고 있는 당국과 반목하면 이득이 될 것이 없어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첫해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한창일 당시 롯데손보 관계자가 금융당국의 회계 처리 책임자에게 강하게 따졌다는 소문도 돌았다”라면서 “매각을 앞둔 보험사가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그간 당국의 관리·감독을 거스르는 선택을 했다. 금융당국은 IFRS17 도입 초기부터 롯데손보의 회계 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런데도 롯데손보는 지난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데 있어 유일하게 예외모형을 택했다. 당국이 원칙모형을 적용하라고 강하게 권고한 것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원칙모형을 도입하면 ‘미래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이 크게 줄고 자본건전성도 악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롯데손보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롯데손보를 대상으로 정기검사를 시행했지만, 지난 2월에 다시 수시검사에 돌입한 것이다. 더불어 같은 달 롯데손보의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권 발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롯데손보가 공시한 증권신고서에 지난해 연말 기준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평가방식을 담은 킥스비율 변동치를 증권신고서에 추가하도록 한 것이다. 사업보고서 제출이 완료되지 않은 추정치를 증권신고서에 포함시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부담을 느낀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발행을 돌연 취소했다. 

당국에 도전한 결과 롯데손보는 자본건전성 관리가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2월 찍으려 했던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는 이번 콜옵션 행사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국의 제재로 차환 발행을 하지 못한 탓에 이번 상환으로 롯데손보의 가용자본은 900억원 그대로 감소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예상해보면, 이번 콜옵션 행사로 롯데손보의 킥스는 약 4%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더구나 올해 시중금리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이 급락한 이유는 금리 하락으로 보험부채의 시가평가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855% 였지만 지난 3월 말엔 이보다 0.084%포인트 내려간 2.771%를 기록했다. 게다가 이달 7일엔 3월 말 대비 0.168%포인트 크게 빠진 2.603%까지 기록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무저해지 규제 도입으로 신계약 수익성도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보험사는 자본건전성 개선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라면서 "결국 금리 하락기가 끝나야 보험사들도 건전성 관리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자료=롯데손해보험,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자료=롯데손해보험,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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