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출 연체율, 2005년 ‘카드대란’ 이후 최악
은행 문턱 높아지자 고금리 카드대출에 몰려
카드값 못 받는 카드사들, 금리 인상으로 대응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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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고금리와 경기 침체 속에 카드 대출 연체율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 대출이 막히자 고금리 카드론으로 내몰린 취약계층이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체가 늘면서 카드사들은 손실이 커지고 이는 다시 카드론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며 서민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6일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연체율은 3.8%를 기록했다. 이는 카드사태 막바지였던 2005년 8월과 같은 수준이며 그 해 5월(5.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3년 말까지만 해도 3.1%로 잠시 내려갔지만 올해 들어 1월 3.5%, 2월 3.8%로 다시 치솟았다.

문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점이다.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소득이 줄고 생활비 마련을 위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반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나 자영업자들이 고금리를 감수하고 카드사 대출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연체율도 나란히 상승했다. 올해 1분기 평균 연체율은 1.81%로, 작년 4분기(1.53%)보다 0.28% 포인트 올랐다. 이 가운데 하나카드는 2.15%로 가장 높았고, 우리카드 1.87%,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가 각각 1.61% 상승했다.

카드론 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주요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3월 기준 연 14.83%로 15%에 가까운 수준이다.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는 19%에 달하는 금리를 적용받기도 한다.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 돈을 빌리지만 갚지 못하면 연체로 이어지고 다시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카드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카드값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지면 손실이 커지고 이를 메우기 위해 카드론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빚 부담이 더 커진 서민들이 다시 연체로 내몰리는 구조다. 이미 카드사들은 1분기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우려는 카드대출 잔액 자체가 계속 불어나고 있단 점이다.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2월 기준 42조9888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는 은행권이 대출 규제를 강화한 지난해부터 이어진 흐름이다.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문턱이 높아지자 카드 대출이 사실상 ‘마지막 급전 창구’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신용이 낮은 계층이 연체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만큼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소득층이나 소상공인을 위한 저금리 긴급대출 지원 등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구조가 장기화되면 연체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한 선제적 대책이 없다면 금융 불안이 카드사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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