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뱅킹 잔액 1.1조원 돌파···1년 새 1.8배 급증
10g·100g 골드바는 품절···예약판매로 전환
국제 금값 3500달러 돌파···안전자산 선호 여전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점에 국제 금값 그래프가 표시돼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점에 국제 금값 그래프가 표시돼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속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은행권 금 투자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골드뱅킹 잔액은 사상 처음 1조1000억원을 넘어섰고 골드바는 수급 불안으로 일부 품목이 품절돼 예약 판매로 바뀌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1조1025억원에 달했다. 3월 말(1조265억원)보다 760억원 증가했고 1년 전 같은 시점(6101억원)과 비교하면 1.8배 수준이다. 골드뱅킹은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금값이 빠르게 오르자 예적금보다 수익 가능성이 높은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는다.

골드뱅킹 잔액은 2023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5000억~6000억원대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 금리 정점론, 중동·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금값이 오르고 관련 투자 상품에도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고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투자 심리는 실물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골드바 판매액은 348억7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수급 불안으로 판매가 일시 중단됐던 3월(386억4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1년 전 같은 기간(89억8300만원)과 비교하면 약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일부 은행은 수급 불안정을 이유로 한때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수요가 몰리자 공급 차질이 빚어졌다. 신한은행은 LS MnM의 10g, 100g 제품이 품절돼 예약 판매로 전환했고, 국민·우리은행은 현재 한국금거래소의 1㎏ 골드바만 판매 중이다. NH농협은행은 한국금거래소와 삼성금거래소의 제품을 일부 운영 중이지만 전반적으로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은행은 7일부터, 우리은행은 8일부터 한국조폐공사에서 공급받은 골드바 제품 판매를 재개한다.

가격 상승세도 투자 열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지난 2일 거래된 1㎏짜리 금 현물은 g당 14만8270원에 마감됐다. 이는 올해 2월 14일 기록한 고점(16만8500원)보다는 낮지만 지난해 말(12만7850원)과 비교하면 16.3% 오른 수치다. 국제 금값도 지난달 22일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500달러를 돌파한 이후 여전히 고점 근처에서 거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 실물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연동 방식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는 골드뱅킹 선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특히 예적금 금리가 정체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금 투자 쪽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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