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지분 매입···2027년 경영권 확보
바로 인수하면 요구자본 급증···'킥스' 악화 가능성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점 / 사진=교보생명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입해 오는 2027년에 경영권을 확보하겠다고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선 교보생명의 자본 여력이 빠듯하기에 이 같은 방법을 택했단 분석이 나온다. SBI저축은행의 경영권을 갖게 되면 교보생명의 자본건전성 수준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내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최대주주 SBI홀딩스(지분율 85.23%)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사들이며, 인수가는 9000억원이다. 

우선 올해 하반기 지분 30%를 인수하고 이후 나머지 지분을 사들인다. 계획대로 주식을 매입하면 2027년부터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SBI저축은행을 회계상 종속기업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저축은행 사업 경험이 없기에  바로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우선 일부 지분만 매입해 사업 노하우를 배우겠단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계적 지분 취득은 교보생명의 낮은 자본건전성과 관련 있단 관측이 나온다. SBI저축은행을 곧바로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면 건전성 지표가 급락하기 때문이다. 현재 교보생명의 자본 여력은 크지 않다. 작년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는 164.16%(경과조치 전)로 한 해 전과 비교해 약 30%포인트 급락했다. 이 추세라면 당국의 권고치인 130% 아래로 하락할 수 있다. 킥스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지표로 분자는 보험사의 자기자본(가용자본), 분모는 요구자본으로 이뤄진다. 

무엇보다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을 바로 인수하면 요구자본이 크게 늘어난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보험사가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저축은행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면 해당 저축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의 8%가 보험사의 요구자본에 더해진다.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위험가중자산은 11조7104억원이다.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의 경영권을 갖게 되면 요구자본이 9368억원(11조7104억*0.08)이 증가하는 것이다. 

교보생명의 가용자본이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고 요구자본 증가효과만 살펴보면, 작년 말 기준으로 킥스 비율은 인수 후에 148%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수 전 대비 약 1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교보생명의 가용자본은 13조9865억원, 요구자본은 8조5202억원이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지분 30%를 사들여 SBI저축은행을 회계상 관계기업으로 분류하면 요구자본은 적게 늘어난다. SBI저축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을 요구자본으로 환산한 금액 중 지분율 만큼만 교보생명의 요구자본에 포함되는 것이다. 올 하반기 30% 지분을 사들이면 2810억원(11조7104억*0.08*0.3)만 교보생명의 요구자본에 더해지는 것이다. 이러면 작년 말 기준으로 킥스 비율도 약 5%포인트 내려간 159%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최근 시중금리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교보생명은 자본건전성 관리에 더 어려움을 격고 있다. 국채 10년 물 금리는 작년 말 2.855%를 기록했지만 이달 29일 2.603%로 0.252%포인트 내려갔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커진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 2.75%에서 올해 말 1.75%까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교보생명은 금리 하락기를 피해 SBI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SBI저축은행을 바로 인수하면 가용자본 증가 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지분 50%를 9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SBI저축은행의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의 50%는 약 9500억원이다. 장부가로 판단한 SBI저축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4배로, 염가매수차익이 500억원 정도에 그친다는 이야기다. 가용자본이 500억원 늘면 교보생명의 킥스 비율은 거의 상승하지 않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자본의 질을 개선하라고 요구한 점도 교보생명은 부담일 것”이라면서 “결국 SBI저축은행 인수에 맞춰 지주사 전환과 함께 기업공개(IPO)에 나서 자본을 늘리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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