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출 논의 전, OTT 체급부터 키워야”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티빙, 웨이브 등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합산 영업손실 1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 적자를 지속 중이다. 강력한 로컬 OTT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단 필요성이 제기됐다. 개별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설 것이 아니라, 티빙과 웨이브 합병으로 국내 영상 생태계를 튼튼히 다져 체급을 키운 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단 것이다.
조영신 퓨처랩 박사는 한국방송학회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한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 글로벌 전환의 가능성을 묻다'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박사는 티빙과 웨이브 모두 누적 적자가 심화하면서 단일화되지 않은 채로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는 데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강력한 로컬 OTT’로서의 존재감 확립이 필수적이란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이란 개념이 등장한 것은 로컬 OTT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이 일차적인 배경이지만, 그 뒤에는 넷플릭스 중심의 생태계에서 붕괴되고 있는 한국 콘텐츠 생태계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희망과 갈증이 숨어 있다. 넷플릭스 1사 체제가 완성되고 나면 콘텐츠 수급 가격의 하락과 이로 인한 소위 제작 편수의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유지되려면 넷플릭스란 해외 공급망과 함께 적정 규모의 편수가 확보돼야 하는데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할 수 있단 불안과 분명한 미래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고민은 강력한 로컬 OTT란 전제속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넷플릭스가 수급하지 않는 콘텐츠를 받아줄 수 있는 강력한 로컬 OTT가 있다면 최소한의 수요 문제는 방어할 수 있다”며 “물론 이 경우에도 과거와 같은 과감한 오리지널 투자는 힘들 수 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1사 체제에서 최소한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시작은 강력한 로컬 OTT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진출은 잠시 미뤄두더라도 강력한 로컬 OTT는 한국 콘텐츠 생태계를 위해서 미뤄둘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티빙과 웨이브는 이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노 소장은 “OTT 사업자의 합병이란 흐름을 국내 시장 특성을 고려한 건강한 구조 개편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위한 전향적 규제 완화 등 정책적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광고 규제 완화, 콘텐츠 투자 세제 혜택 상시화, 공연 등 문화 전반으로 세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단 것이다.
노 소장은 “세제 지원은 기업 규모 구분 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돼야 하며, K-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제작비 공제율 확대와 제도의 상시화가 시급하다”며 “뮤지컬 등 공연 콘텐츠 분야까지 문화 전반으로 세제 지원 범위를 넓혀야 산업 전반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