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 과방위 청문회서 ‘유심 해킹’ SKT 책임추궁
유 대표 “최태원 회장·최창원 부회장도 유심 교체 안 해”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최근 발생한 가입자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정보 해킹 사태에 대해 ‘통신사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란 점에 동의했다. 다만 번호이동 위약금을 면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유 대표는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해킹 사고 관련 ‘유심 교체 물량 부족’, ‘가입자 고지 지연’, ‘소극적인 정보보호투자’ 등에 대해 유 대표에 집중적으로 책임을 추궁했다.
유심 물량 부족으로 가입자들이 유심을 교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 유 대표는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면 유심 교체에 준하는 수준으로 안전하다”며 SK그룹 최태원 회장, 최창원 부회장을 비롯해 자신도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고 강조했다.
◇ 최민희 과방위원장 “SK텔레콤 귀책사유 명백하다”
유 대표는 “약관에 따르면 회사의 귀책사유로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번 사고는) 회사의 귀책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는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무엇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단 것이냐. 대충 답하고 돌아가면 끝날 것 같냐”며 “SK텔레콤의 귀책 사유가 있단 게 명백하다고 약관에도 있는데 왜 답을 안 하냐. SK텔레콤 이용약관대로 이번 해킹 사태는 회사의 귀책 사유가 있기 때문에 이 사태로 인해 해지를 원하는 고객에 대해선 위약금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대표는 “해킹 귀책사유는 SK텔레콤에 있다”면서도 “회사의 최고 결정 기구는 이사회고 많은 부분은 CEO에게 위임돼 있다. 법과 제도에 따라 이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약관에 그렇게 돼 있는 건 맞다”며 “CEO지만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서 회사 내부에서도 과정을 거쳐 결정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위약금 면제 등을 실시하기 위해선 이용약관에 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며 “특정 회사의 고려는 없다. 법률적으로 명확히 검토하고 사고 처리의 문제 및 조사 결과에 따라 병행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 유영상 “유심보호서비스, 유심 교체에 준하는 수준으로 안전”
유 대표는 유심 교체 물량 부족에 대한 여야 의원의 지적에 대해 “부족할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유심보호서비스부터 해주고 유심 교체는 늦게 해주려고 했지만, 워낙 유심 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많아서 빠르게 500만대를 주문했다”며 “5월말까지는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6월말까지는 또 500만개가 더 들어온다”고 말했다.
또 ‘통신 역사상 최악의 해킹에 동의하냐“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며 ”불법 복제 피해가 있으면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든 안 했든 보상하겠다“고 답했다.
이밖에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사장단의 유심 교체 여부를 묻는 최 위원장의 질문에 유 대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도 유심 교체를 하지 않고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 나머지 사장을 포함한 나머지 그룹 임원들의 유심 교체 여부에 대해선 조사해 제출하겠다‘며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유심 교체와 준하는 수준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또 유 대표는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층을 위한 유심 교체 예약 신청과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SK텔레콤이 임의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방식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의 권리 침해라고 볼 수 있지만, 약관을 바꿔서 임의로 조치하는 방식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SK텔레콤의 정보보호 분야 투자가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단 점도 지적했다. 실제 SK텔레콤은 2023년 정보보호 투자비로 약 600억원을 지출했다. 직전 년도(627억 원) 대비 약 4% 감소했다. 같은해 KT는 1218억원을, LG유플러스는 632억원을 투자했다.
유 대표는 ”KT와 LG유플러스와 달리 우리는 유선과 무선이 분리돼 있다. SK브로드밴드를 합치면 8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했다. KT보단 적지만 더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