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선 현지 은행 소수 지분 인수에 그쳤지만
태국에선 현지 최초 인터넷은행 설립 주도
지분투자 전략 택해 위험 줄이고 노하우 확보
경험 쌓이면 현지 은행 경영권 확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카카오뱅크가 인도네시아에 이어 태국에도 진출하면서 관심이 모인다. 이번 진출은 특히 태국 최초의 인터넷은행 설립 과정을 주도한 것이라 카카오뱅크의 글로벌 사업이 한단계 도약했단 평가다. 이후 카카오뱅크는 해외 자회사를 직접 설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국 중앙은행(BOT)은 최근 카카오뱅크와 중국 인터넷은행 위뱅크, 그리고 태국 현지 금융지주사 SCBX 3자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가상은행(인터넷은행) 사업자 중 하나로 선정했다. 태국 재무부는 올해 상반기 내에 최종 승인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가가 확정되면 카카오뱅크는 태국 현지에서 최초로 설립되는 민간 인터넷은행의 주요 주주가 된다.
이번 태국 진출은 카카오뱅크의 글로벌 사업이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앞서 지난 2023년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의 지분 10%를 사들이면서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그런데 당시 지분투자는 이미 슈퍼뱅크의 최대주주인 동남아시아 플랫폼 업체 그랩이 깔아준 판에 카카오뱅크가 3대 주주로 참여한 경우였다.
하지만 이번 태국 인터넷은행의 경우 카카오뱅크가 은행 설립 과정 자체에 참여했다. SCBX가 가상은행을 준비하면서 카카오뱅크 측에 컨소시엄 구성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에서 설립 인가부터 상장까지 성장가도를 달린 카카오뱅크의 노하우를 전수 받기 위해서다. 카카오뱅크는 지분도 20% 이상을 보유해 2대 주주 위치에 올라선다. 사외이사 선임권 등을 갖고 이 인터넷은행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태국 인터넷은행의 실적은 카카오뱅크의 손익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지분법 회계를 적용해 이 은행의 실적 중 지분율에 해당하는 금액이 카카오뱅크의 손익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태국 인터넷은행이 이른 시간 안에 흑자전환할 수 있도록 여러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의 글로벌 행보에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분투자 방식을 활용한단 점이다. 대형 시중은행은 대부분 우선 지점을 직접 세워 경험을 쌓고, 이후 현지 은행을 사들여 법인을 세우는 식으로 해외 사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카카오뱅크가 오프라인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점을 세울 수 없으니 현지 은행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시장을 파악하는 것이다.
게다가 시중은행의 글로벌 진출에 따른 어려움을 반면 교사 삼은 것도 지분투자를 택한 이유로 꼽힌다. 무엇보다 시중은행처럼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바로 진출하면 대규모 부실채권을 떠안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인수한 부코핀은행(현 KB뱅크)는 예상보다 부실채권이 더 많았다. 이에 국민은행은 이 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수 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뱅크는 해외 경험을 충분히 쌓고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면 이후 현지 법인의 경영권을 직접 소유하거나 단독으로 신규 라이선스를 확보한단 전략이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국내 가계금융 사업에 치중한 사업 구조론 지지속적으로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 국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으며, 이미 경쟁자들이 많아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업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하기엔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 입장에선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 많다.
카카오뱅크가 이번 지분투자를 통해 무엇보다 현지 금융당국과의 소통 채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현지에서 은행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당국의 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지 법인 설립 이후에도 당국의 감독 방향을 꼼꼼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당국이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민·신한은행에 지주사를 설립하라고 갑작스럽게 통보해 두 은행이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슈퍼뱅크 사업을 통해서 카카오뱅크는 그랩과의 협력도 잘 이뤄지고 있다"라면서 "태국에서도 인가가 최종 확정되면 다양한 경험을 쌓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