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홀딩스, 교보생명 지분 20% 확대···보험법상 당국 승인 필요
교보생명, FI 갈등 및 지주사 전환 등 당면과제 산적
국내 3대 보험사 지분이 일본 자본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반감도
전략적 투자자로 격상돼 실질적 영향력 행사 가능···경영권 분쟁 우려

교보생명 주요 주주 지분율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교보생명 주요 주주 지분율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일본 SBI홀딩스가 교보생명 우군으로 나서면서 지분을 20%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보험업상 외국인 주주가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교보생명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FI)와 갈등, 지주사 전환 등 당면과제들이 산적한데다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국내 3대 생명보험사의 상당 지분을 일본 자본에 넘기는 것을 쉽게 승인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SBI홀딩스는 교보생명 주식 취득 등을 공시했다. 주식 취득 계약 체결일은 지난 17일로 잠정 공시됐으며 계약 효력 발생일은 미정이다. 취득가액은 계약 조항에 따라 미공개됐다. 거래 상대방도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아직 엑시트(자금 회수)하지 않은 교보생명 FI 지분 가운데 일부를 끌어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확보가 마무리되면 SBI홀딩스는 최종적으로 교보생명 지분 약 20%를 보유하게 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39.11%) 다음으로 많게 된다.

시장에서는 SBI홀딩스가 교보생명의 우군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사는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는 분석이다. SBI홀딩스는 지난 2007년 교보생명 지분 약 5%를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취득한 지분은 2009년 외국계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했지만 이후에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구체적으로 양 사는 2013년 우리은행 지분 인수, 2019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함께 추진하기도 했다. 또한 2022년 동남아 벤처케피탈(VC) 투자를 위한 펀드를 결성했으며 지난해 7월에는 디지털금융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신 회장과 FI 간 풋옵션 리스크 해소 과정에서 백기사(호의적인 세력)로 등판한 점도 눈길을 뜬다. 지난달 SBI홀딩스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9.05%를 매입하며 다시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SBI홀딩스가 투입한 금액은 약 4340억원에 달한다.

신 회장과 기타오 요시타카 SBI홀딩스 회장의 사이는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각 나라를 방문할 때 따로 시간을 내 만날 정도로 친분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신 회장 차남인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디지털전략실장은 사회초년생 시절 SBI그룹 계열사인 SBI스미신넷뱅크와 SBI손해보험에서 금융업 경력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변수는 남아 있다. 보험업법상 외국보험회사나 외국인이 국내 보험사 지분의 20%를 초과해 취득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수목적법인(SPC)를 통한 우회 투자 등 구조가 복잡한 경우에는 실질 소유주 기준으로 지분율을 판단하기 때문에 자회사를 여럿 동원해 분산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SBI홀딩스의 교보생명 지분 인수가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국내 3대 생명보험사의 지분이 일본 금융자본에 넘어가는 것에 대한 반감도 예상된다. 앞서 SBI홀딩스는 2013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2대 주주로 오른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 바 있다. 특히 교보생명의 경우 FI와의 갈등, 지주사 전환 등 당면과제들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손쉽게 지분 확보를 승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20% 이상 지분이 향후 경영권 분쟁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단순한 협력 관계를 넘어 전략적 투자자로 격상되는 만큼 오너 중심 체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BI홀딩스가 교보생명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게 되면 회계상 피투자회사로 분류돼 지분법 회계가 적용된다. 교보생명의 순이익 중 SBI홀딩스 지분율에 해당하는 금액이 SBI홀딩스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연결을 넘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BI홀딩스가 2대 주주에 오르게 되면 교보생명도 일본 금융자본의 영향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향후 경영 현안을 두고 이견이 발생할 경우 지분 확대가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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