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 계획 반려
현금 부족+상업화 매력도 급락···현실적 고민↑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이하 현대바이오)가 신약 연구개발(R&D)에 있어 확실한 성장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표 파이프라인이 국내 3상 임상시험계획(IND)를 승인을 따내지 못하면서 연구에 차질이 더해졌다. 재정 곳간 사정도 어려워지면서 상업화 가치가 떨어지는 임상시험의 지속 여부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바이오가 범용 항바이러스제 CP-COV03 (제프티)에 대해 코로나19 3상 시험계획을 식약처로부터 반려됐다고 알렸다. 일부 항목에 대해 자료가 부족했던 점이 임상 계획 승인에 발목을 잡았다.
그동안 현대바이오는 수년간 적자가 지속되면서 제프티의 긴급승인 등을 통한 매출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다만 국내 3상 추진 일정이 지연되면서 추가적인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상업화 전략에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식약처, 제프티 국내 3상 계획 반려
현대바이오는 지난 2021년부터 제프티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해 상업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식약처 판매 승인을 받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미국 MSD의 ‘라게브리오’, 일본 일본 후생노동성 긴급 사용승인을 획득한 일동제약의 ‘조코바’를 경쟁 제품으로 타깃했다. 지난 2023년 4월 제프티 임상 2상을 마치고 긴급사용승인을 추진했지만, 팬데믹이 끝난 상황 등이 고려되면서 국내 임상 3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또 제프티의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 뎅기열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장했다. 뎅기열 및 뎅기열 유사 질환 등 광범위한 바이러스성 질환에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이 일환으로 올해 초 베트남 규제 당국으로부터 뎅기열 및 뎅기열 유사 질환 대상의 제프티 임상 2·3상 IND 승인 신청을 완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적응증으로 전개하는 국내 3상 IND 승인이 거절되면서 국내 상업화 전략을 또 다시 짜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대바이오의 R&D 파이프라인에서 대부분의 가치는 제프티에서 나오고 있다. 제프티 외에 췌장암 치료제로 ‘POLYTAXEL(폴리탁셀)’도 개발하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인 임상은 전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폴리탁셀 췌장암 임상 1상 IND 신청만 완료한 상태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식약처로부터 CP-COV03의 자료 보완 요청을 받아 관련 자료를 제출했는데, 일부 항목에 대한 자료 미비로 임상시험계획이 반려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려 사유를 면밀히 확인해 이의 신청 여부를 포함한 대응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제프티 국내 3상 반려+자금 부족 '겹악재'
또 코로나19는 2022년부터 풍토병으로 인식되면서 치료제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진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바이오의 제프티 코로나19 국내 3상 추진 계획에 회의감이 제기돼 온 바 있다. 실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아직까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지속하는 기업은 현대바이오가 사실상 유일하다.
연구개발을 지속할 자금적 여유가 넉넉치 않다는 점도 현대바이오의 발목을 잡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바이오는 약 190억원대의 현금성자산을(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3년 현금성자산이 약 118억원대로 축소됐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36억원대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현대바이오는 269억원을 들여 현대에이디엠바이오 지분 30.33%와 경영권을 넘겨받았는데, 이때 자체 현금과 자금조달로 확보한 자금이 지분 인수에 투입됐다. 지난해 현금 여력이 급격히 쪼그라들게 된 배경이다.
현대바이오가 연구개발비와 각종 인건비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는 판매관리비(판관비)는 지난해 말 111억원을 기록했다. 현 시점 보유한 현금 여력으로는 당장 운영비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연구개발비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계열사 손실이 늘어나면서 현대바이오의 순이익은 수년째 적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현대바이오는 약 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자회사 지분법손익이 반영되면서 순이익은 7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재정에 여유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제프티 국내 3상 승인 철회까지 맞물리자 현대바이오 내부적으로도 제프티 개발과 상업화 고민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에 비용 투입을 늘리기보다 뎅기 및 뎅기유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에 주안을 두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지난해 임상 1상 IND 신청에 들어간 폴리탁셀도 임상 개시를 앞두고 있어, 대규모 자금 투입이 예상된다. 상업적 가치가 높지 않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남은 현금을 쓰는 것에 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현대바이오 측은 “제프티를 코로나19에 한정을 두는 것이 아니라 범용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가능성을 여러 방향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뎅기열 및 유사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어, 해당 임상들을 바탕으로 감염병 대응 치료제로 상용화하는 방향으로 구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코로나19 적응증의 국내 3상은 반려 사유를 분석해 60일의 이의신청 기간 안에 대응 방안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