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폭설, 산불 악재 잇따라 겹치며 실적 악화 전망
주요 손보사 1분기 순이익 1.3조 전망···전년比 25% 감소 예상
자동차보험 손익도 적자 전환···금리 인하 따른 투자손익 우려 커
독감 제외 산불 영향 제한적···우려만큼 순익 감소 크지 않을 수도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 당기순이익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독감 유행과 폭설, 대형 산불 등 악재들이 잇따라 겹치면서 보험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던 보험사들이었지만 올해는 1분기부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의 1분기 당기순이익에 대한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는 1조329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627억원) 대비 약 2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보험사 실적 악화는 보험손익 부진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연초 독감 유행으로 예실차(예상과 실제 차이)가 확대된 점, 폭설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한 점, 대형 산불 피해에 따른 손해율 상승 등이 공통적인 악재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삼성화재는 64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전년 동기(7020억원) 대비해서는 8.3%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43.5% 감소한 2695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해상의 경우 실손보험 비중이 업계에서도 높은 편이어서 예실차 확대에 따른 영향을 더 크게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DB손해보험의 순이익 전망치는 41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6%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DB손해보험의 경우 미국 LA 산불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약 650억원까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보험 손익은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12개 손해보험사의 2024년 자동차부문 보험손익은 9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개 주요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평균 손해율은 전년(79.9%) 대비 3.4%포인트 오른 83.3%로 나타났다. 손보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자동차보험에서 손해가 나지 않는 적정 손해율을 78~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대형 손보사들의 손해율이 모두 80%를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 확대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투자손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손보업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1% 늘어난 8조5066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손익이 5896억원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815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는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대외 변수까지 맞물리며 자산운용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하지만 수익률은 떨어져 보험사의 운용 수익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보험사들이지만 올해는 1분기부터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감, 폭설, 산불이라는 겹악재에 부딪힌 손보사들의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적 감소 우려가 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산불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산불 관련 청구건수를 살펴보면 농작물재해보험을 거의 단독으로 취급 중인 NH농협손해보험에 청구건수의 83.5%(4089건)가 집중됐다. 실제 전체 청구건수의 64.1%에 달하는 3138건이 농작물 관련 청구였고 NH농협손해보험의 화재 관련 청구건수도 147건으로 가장 많았다. NH농협손해보험을 제외한 타 보험사의 화재 관련 손실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전체 손보사 실적은 2조96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나 증가한 바 있다.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제도의 세칙 개정과 관련해 추가 이익이 환입되면서 대규모 일회성 이익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 관련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독감을 제외한 산불 영향은 제한적이라 보고 있다"며 "지난해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기준으로 순익 감소폭은 우려만큼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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