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213억 자사주 우리사주조합에 유상출연
'밸류업' 역행···지배구조 문제로 자사주 소각 어려워
유상출연 자사주 늘어날 듯···주식가치 희석 우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자사주를 대거 사들여 회사의 주가부양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JB금융은 열심히 사들인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내놓고 있어 김 회장의 노력은 반감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JB금융은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지난해부터 200억원이 넘는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겼다. 향후 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최근 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책임 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조치다. 김 회장은 앞서 연말 성과급의 일부를 자사주로 받고 이번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다. 총 16만 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이 내놓은 메세지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8일 192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유상으로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직원의 성과급을 자사주로 준 것이다. JB금융이 발행한 주식 수의 0.61%에 해당하는 117만8847주를 주당 1만6250원에 우리사주조합에 넘겼다. 이 주식은 잠재적으로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물량이다. 

지난해 발표한 기업가치 극대화(밸류업) 프로그램과 정반대의 행보다. JB금융은 장기적 목표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를 40%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시장에서 매입한 JB금융 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다시 시장에 내놓은 셈이다. 

/자료=JB금융지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JB금융지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간 JB금융은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했다. 2023년 JB금융은 배당을 지방금융지주 최대 규모인 1623억원으로 정했다. 한 해 뒤인 작년엔 총주주환원율 33%를 기록, 지방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다. DGB금융지주(현 iM금융지주), BNK금융지주보다 JB의 주가가 더 많이 오른 이유도 주주환원 정책 때문이다.

JB가 밸류업 정책에 맞지 않는 결정을 내린 이유는 최대주주인 삼양사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는 지방은행의 전체 지분의 15%까지만 소유하도록 돼 있다. 산업자본인 삼양사의 지난해 말 JB금융 지분율(특수관계인 포함)은 14.75%다. JB금융이 자사주를 매입·소각 규모를 늘리면 삼양사의 지분율은 15% 이상으로 자동 상승한다. 

법에 따라 JB금융이 밸류업 정책을 시행하면 삼양사는 결국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JB금융 주식이 시장에 대거 쏟아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진 것이다. JB금융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삼양사가 15%를 초과한 부분에 대한 의결권은 제한하되 지분은 보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당국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JB금융은 임시방편으로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넘기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출연한 자사주의 의무예탁 기간은 1년이다. 당장은 주식이 시장에 풀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JB금융의 자사주 매입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향후 자사주를 추가 매입한다고 하더라도 소각하기 어렵다는 것을 주주들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1년이 지나면 직원들에게 나눠준 자사주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게다가 JB금융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유상출연한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4월 JB금융은 4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겼다. 이후 올해 2월에 15억원을 유상출연하더니 이번엔 192억원으로 규모를 크게 늘렸다. 아직 JB금융이 가진 자사주는 248만179주로 총 발행주식의 1.3%에 해당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JB금융은) 앞으로도 자사주를 활용해 매년 성과급 일부를 우리사주로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라면서 “주요 대주주의 동일인 지분 보유한도 15% 근접으로 향후 자사주 매입 시에도 이를 소각하기가 점점 어려워짐을 반증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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