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산업은행 공적 자본의 사모펀드 투입 반대 기자회견 개최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의 경영권 매각 의사 없는 것으로 확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카카오 노동조합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카카오 노동조합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설이 재차 불거지자 카카오 노동조합(노조)이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사모펀드의 인수에 자금을 동원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공공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는 모회사 카카오의 경영권 매각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재무적투자자(FI) 교체 방안 등은 검토 단계라고 진화에 나섰다.

17일 카카오 노조는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진행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최대 주주는 카카오(57.2%)로 TPG 컨소시엄(24.51%), 칼라일(6.17%)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는 2022년 10%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해 2대 주주로의 지분 변경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카카오 노조 및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이 매각 추진을 반대하는 등 비난이 일자, 지분 매각 철회로 급선회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현재 재무적투자자(FI) 지분(약 40%)을 중심으로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VIG파트너스가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승욱 카카오 노조위원장은 “최근 홈플러스 법인회생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MBK와 같은 사모펀드는 투자이익 외에 사회적 책임이나 노동환경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협력업체 대금 미지급 우려와 대규모 고용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는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사모펀드는 대부분 자금을 투자자 또는 금융시장에서 조달하고 있기에 결국 그 부담은 노동자들과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고, 단기 이윤 추구를 위한 약탈적 경영은 우리 노동자와 지역 사회 및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택시 호출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대리운전, 퀵서비스, 주차, 바이크 등 국민 대다수가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전국민적 플랫폼”이라며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플랫폼을 사모펀드가 지배하게 되면 사용자 편익보다 수익 중심의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고,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이용자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회사를 여러 개로 쪼개 제3자에 재판매할 우려가 있다. 결국, 사모펀드만 수익을 얻고 노동자, 소비자 모두에게 큰 손실을 입힐 것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서 위원장은 사모펀드와 출자자(LP)가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사이 기업의 현금흐름이 축소되는 등 본질적인 기업가치가 하락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의 공적자금 투자 전망에 대해 국민의 세금으로 전 국민의 플랫폼을 사모펀드의 재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모펀드 매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임에도 산업은행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자금을 투자하려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사모펀드의 책임을 강조하는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고, 우리 국회에서도 국책은행이 단순히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보다 사회,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음에도 산업은행은 또다시 사모펀드와의 위험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며 “산업은행은 투기자본 사모펀드만 배를 불리는 공적자금 투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사모펀드는 자본 차입으로 인한 이자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부채를 늘리고 대주주를 위해 높은 배당을 진행할 것이다. 높은 수익을 위해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택시노동자, 대리운전노동자 등 수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들은 전보다 높은 비용과 낮은 품질의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사모펀드에 관한 전국민적인 우려와 법적인 규제가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산업은행은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들은 공적자금을 활용해 오히려 공공성을 후퇴시키는 투자를 하는 것이 산업은행의 역할인 것인가 묻고 있다”며 “산업은행은 이제라도 사모펀드가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서서 공공성 확대를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 사진 = 김용수 기자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 사진 = 김용수 기자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일부 계열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FI 지분 매각 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고, 카카오VX는 연내 매각할 계획이다. 포털 다음의 분사 또한 공식화한 상태다.

이와 관련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엔터, 카카오VX 등 카카오 계열사 매각 추진 소식이 이어진 점을 두고 향후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초 예고한 총파업 등 투쟁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달 26일 임금 교섭·단체협약(임단협) 일괄 결렬을 선언하고 조정신청 및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이달 중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은 “카카오 차원의 회사 경영권 매각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IT업계에 따르면 유영중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사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핵심사업 포트폴리오로서 경영권을 매각할 의사가 없단 점을 확인했다”며 “카카오와 확인한 결과, 카카오모빌리티 재무적 투자자 교체 방안에 대해 주주사와 투자사 간 검토가 진행된 바는 있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거래 조건 등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고 공지했다.

이어 “이후 변화되는 사안들이 있을 경우 크루 (직원)들에게 추가로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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