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반부패부, 수개월째 ‘불법 대출’ 사건 집중
신한은행, 한국투자증권, NH농협은행도 수사 대상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찰이 금융권의 대출 비리 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감한 정치 사건보다 민생 경제 관련 사건에 수사력을 모으는 모양새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전날 서울 강남구 신한자산신탁 사무실 등 13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2020∼2023년 신한자산신탁 직원들이 신탁 계약 업무를 처리하면서 수억 원대 금품을 수수하고 대출을 알선(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알선수재)했다는 데 혐의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신탁사들의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 관련 리스크 검사하고, 이 과정에서 신한자산신탁 임직원들의 금품수수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문제의 직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임직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회사에 신고하지 않고 주식 거래를 한 12명이 금융당국 제재 조치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당국 공시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 임직원 12명이 회사에 신고하지 않고 자기 계산으로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한 사실로 최대 감봉 3개월 및 2500만원 상당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이승학)는 최근 대출을 내주는 대가로 시행사로부터 수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LS증권(전 이베스트투자증권) 본부장으로 근무했던 남아무개씨에 대한 신병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남씨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시행사 두 곳에 대출을 내주는 대가로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직접 시행 사업에 투자하며 여러 대출을 주선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LS증권의 전직 임원 김아무개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유용 사건을 수사하던 중 남씨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수사3부는 최근 억대 금품을 받는 대가로 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로 신한은행 차장급 직원 진아무개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받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진씨가 위조 사문서 등을 이용해 은행원 출신 사업가의 대출을 도운 것으로 의심한다. 이와 관련 지난달 25일 신한은행 여의도지점을 압수수색했다.
3부는 또 부동산 개발 시행사 5곳에 62억여 원의 불법 대출을 알선한 한국투자증권 임직원 2명과 대부업체 운영자 등을 지난달 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사금융 알선), 대부업법 위반, 이자제한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난립한 부동산 PF 시행사들이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사정을 악용해 PF 대출 과정에서 원금과 동일한 액수의 막대한 이자를 조건으로 초기 사업자금을 대여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는 농협은행이 신용보증서 없이 부동산개발업체 측에 최소 30억~40억 원대의 불법 대출을 실행했다는 혐의를 포착해 강제수사에 나섰다. 최근엔 대출을 받은 곳으로 지목된 업체의 대표를 피의자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농협은행 부당대출 수사는 지난 2023년 국정감사 당시 농협은행이 이 회사에 100억 원을 대출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