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지놈, 올 상반기 내 코스닥 상장 목표
녹십자그룹 쪼개기 상장 논란+실적 부진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녹십자그룹의 액체생검·임상 유전체 전문기업 GC지놈이 코스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GC지놈의 연간 손실폭이 커지는 점을 두고, 지속 가능한 성장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녹십자그룹의 쪼개기 상장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공모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GC지놈이 코스닥 상장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GC지놈은 이번에 400만주를 공모할 계획이다. 희망 공모가는 9000원~1만500원으로 공모예정금액은 360억~420억원이다. 수요예측은 내달 12일부터 16일까지다. 올 상반기 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GC지놈 기업 개요./ 표=정승아 디자이너
GC지놈 기업 개요./ 표=정승아 디자이너
GC지놈 IPO 일정./ 표=정승아 디자이너
GC지놈 IPO 일정./ 표=정승아 디자이너

2013년 GC녹십자 자회사로 설립된 GC지놈은 임상유전체 분석에 전문성을 두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건강검진 검사 △산전·신생아 검사 △암 정밀진단 검사 △유전희귀질환 정밀진단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G-NIPT’가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비침습 산전검사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은 다중암 조기 스크리닝 검사 ‘아이캔서치’다. 혈액 10ml로 대장암, 폐암, 간암, 췌장담도암, 식도암, 난소암 등 6종 이상의 주요 암을 동시에 선별할 수 있다.

GC지놈은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가 1·2대 주주로 있다. 또 매출 80% 이상이 녹십자의료재단으로부터 나오는 등 녹십자그룹 내부 거래로 큰 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녹십자는 계열사 초기 출범시 자본금을 출자하고, 녹십자홀딩스는 계열사가 성장 동력을 필요로 할 때마다 현금을 지원해왔다.  다만 녹십자와 논십자홀딩스의 재정 여건이 악화되면서 더 이상 계열사 지원을 늘리기는 힘든 실정이 되자, GC지놈 상장 카드를 꺼내들게 됐다. GC지놈 상장으로 얻는 400억원대 공모자금을 활용해 유동성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녹십자와 지주 회사 녹십자홀딩스의 현금흐름은 뚜렷한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녹십자의 2024년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535억원으로 전년(–55억원) 대비 크게 악화됐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음수라는 것은 영업활동을 지속할수록 손실이 쌓인다는 의미다. 현금성자산은 지난 2022년 1054억원에서 지난해 226억원으로 2년 사이 79% 감소했다. 같은 기간 2022년 9000억원을 상회했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8153억원으로 1000억원 가량 줄었다.  2대 주주인 녹십자홀딩스의 경우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억원을 남겨 둔 상태다. 전년(1745억 원) 대비 99.59% 감소한 수치다.

더군다나 녹십자홀딩스의 주가는 최근 3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녹십자 주가도 올해 초까지 18만원대를 유지했으나, 현재 11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쪼개기 상장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앞서 녹십자는 의료·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4곳을 상장시킨 바 있다. GC지놈까지 더하면 계열사 6곳 중 5곳이 상장한 셈이다. 자회사의 사업 방향과 성격이 비슷할 경우 기존 모회사 주주들은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GC지놈 자체적으로도 큰 성장동력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GC지놈의 3개년 영업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2022년 241억원, 2023년 273억원, 지난해 25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까지는 매출이 소폭 신장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지난해 다시 역성장했다. 수익성도 2023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2억원으로 집계된다. 핵심 사업 부문 중 산과 검사 매출은 증가했지만, 암 검사와 유전 희귀검사 매출은 쪼그라들었다.

GC지놈이 이달 초 거래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상장으로 조달하는 공모자금을 암 진단 분야를 확장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쓰겠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국내 유전체 분석 시장에서는 GC지놈과 비슷한 사업을 전개하는 경쟁사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플레이어들은 GC지놈과 같이 수년째 만성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공매도 재개와 미국 관세 후폭풍으로 고평가 논란이 짙었던 바이오 섹터는 여전히 투심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IPO 시장도 침체되면서 GC지놈의 공모 흥행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2023년과 지난해 IPO에 나선 바이오 기업들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흥행에 성공했더라도 IPO 이후로는 부진한 주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상헬스케어, 이엔셀, 티디에스팜 모두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지만 현재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올 초 국내 기술특례상장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폐지, 관리종목 지정 논란, 미국 관세 공포까지 더해지면서 투심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면서 IPO 시장도 여전히 침체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GC지놈은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 A를 획득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R&D 투자뿐만 아니라 시설 투자를 확대해 유전체 검사 수요를 끌어내 성장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GC지놈 관계자는 “공모자금은 다중암종 진단 확장, NGS 플랫폼, 예후예측 확장 등에 연구개발을 집중 투자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파트너쉽을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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