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국민의힘 의원 만나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 요청
카드 정산주기 단축 및 은행 수수료 절감 가능 이점 부각
대통령 파면 따른 조기대선 국면···국민의힘 집권 여당 지위 잃어
법 개정 및 정치권 협의 반드시 필요···논의 자체 지지부진 가능성 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김상훈,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를 방문하여 여신금융업계 주요 관계자들과 '여신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사진=여신금융협회 제공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김상훈,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를 방문하여 여신금융업계 주요 관계자들과 '여신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사진=여신금융협회 제공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카드업계 숙업사업인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입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최근 카드사들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을 요청했지만 이후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에 따라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 지위를 잃으면서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카드업계는 '민생경제 및 여신금융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만나 신용카드사의 지급결제 전용계좌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지급결제 서비스의 혁신, 중소기업과 서민에 대한 자금공급,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등 여신금융업권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은 카드업계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현재 카드사들은 수신 기능이 없어 은행 계좌를 통해 결제 시스템을 운용한다. 만약 자체 입출금 계좌 발급이 가능해지면 카드사들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대금 결제가 가능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 삼성카드 통장, 현대카드 통장 등을 개설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카드사들이 자체 계좌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면 실적 개선 역시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장점이 있기에 카드업계는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도입을 요청한 것이다. 당시 여당 의원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도 들었지만 곧 이어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국민의힘은 여당 지위를 잃게 됐고 결과적으로 자리를 마련해 건의한 카드사들만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사들이 지급결제 전용계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카드사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편입해야 한다. 또한 카드결제 범위 확대를 위해 카드결제를 가맹점 등 사업자로 제한하는 여신전문금융법 개정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은 반드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며 "대통령 파면에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 지위를 잃으면서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카드사들은 지급결제 전용계좌를 도입하기 위해 정치권에 꾸준히 호소해 왔다. 지난 2004년부터 카드업계는 증권사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지급결제 전용계좌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거래 과정 단축, 결제 비용 절감 등 효과를 기대하면서 카드업계가 지급결제 역량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은 번번이 무산됐다. 카드업계는 지난 2020년, 2021년, 2023년 이 같은 내용을 건의했지만 한국은행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등 은행법상 건전성 규제를 비롯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예금자보호법 등이 카드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용을 반대했다. 은행권에서도 은행 고유의 기능이 침해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파산하면서 동력을 잃었다.  

지급결제 전용계좌의 필요성은 지난해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를 계기로 다시 부각됐다. 카드 결제가 이뤄진 후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입금되기까지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입점 판매자들의 자금 유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명품 플랫폼 '발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면서 구조 개선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논의 및 집행 동력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은 정치권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대선 정국에 들어가면서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은 정책보다는 정국이 시장을 더 크게 흔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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