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순익, 잠정치 比 10%↓···충당금 더 늘어
카뱅 대비 300억 적어···대출채권 성장 꺾인탓
자산건전성도 낮아···올해 또 추월당할 가능성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부산은행의 지난해 최종 당기순익이 잠정치 대비 크게 줄어들면서 최초로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에 추월을 허용했다. 대출자산 성장이 크게 부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부산은행은 자산건전성 상태도 좋지 않기에 올해도 카카오뱅크보다 적은 순익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부산은행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은행의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익은 4106억원이다. 지난 2월 초 실적발표회를 통해 공개했던 잠정 순익 4555억원 대비 약 10%(449억원) 크게 줄어든 수치다. 업계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보통 은행이 발표하는 잠정 실적은 사업보고서에서 공시하는 최종 실적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의 실적이 크게 줄어든 탓에 모기업인 BNK금융지주의 연결 순익도 잠정치 대비 742억원 빠진 7285억원을 기록했다. BNK는 지난달 실적발표회를 통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론 2022년(7850억원) 기록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이다. 당시 증권가에선 BNK금융의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호평이 쏟아진 바 있다.
부산은행의 최종 실적이 잠정치 대비 대폭 깎인 이유는 건전성 지표 때문이다. 부산은행의 부실등급 대출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가 잠정치보다 약 900억원 더 많은 54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러다보니 비용항목인 대손충당금도 잠정치 대비 232억원 더 쌓았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의 대출채권 가운데 손실이 발생할 부분을 미리 파악해 비용으로 적립하는 회계항목이다. 부실등급 채권이 발생하면 충당금은 늘어나게 된다. 이와 함께 이자이익도 잠정치 대비 약 200억원 더 적게 인식했다.
그 결과 부산은행은 카카오뱅크보다 적은 순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4401억원의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부산은행을 약 300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사상 최초로 카카오뱅크가 모든 지방은행보다 더 많은 순익을 거둔 것이다. 이미 지난 2023년에 카카오뱅크는 지방은행 순익 기준 2위인 대구은행(현 iM뱅크)을 제친 바 있다.
대출자산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 부산은행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부산은행의 원화대출금 자산은 59조5555억원으로 한 해 전과 비교해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 출범 후 손에 꼽힐 정도로 낮은 성장률이다. 기업대출(2.5%), 가계대출(0.8%) 모두 영업 부진에 빠졌다.
부산은행은 올해 초부터 핵심 사업인 기업대출이 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대형 시중은행이 부산·경남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개인대출 사업은 인터넷은행 공세의 직격탄을 맞았다. 인터넷은행은 낮은 대출금리로 대형 시중은행마저 어렵게 했다. 대출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부산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은 직전 해와 비슷했다. 이에 부산은행은 충당금을 줄여 작년 순익이 한 해 전인 2023년보다 더 늘어나도록 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국내 은행권 주택담보시장을 사실상 주도하면서 대출자산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43조2000억원으로 직전 해 대비 1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40% 급증했다. 특히 주담대 판매 급증은 수익성·건전성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는 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됐다. 주담대로 대출성장을 이루면 그만큼 중저신용자 대출을 많이 늘리지 않아도 된다. 자산건전성 관리가 더욱 수월해지는 것이다. 이러면 비용 항목인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아도 된다.
부산은행은 자산건전성도 악화됐기에 올해 큰 반전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은행의 작년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87%로 한해 전 대비 0.45%포인트 크게 상승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충당금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47%로 부산은행 대비 크게 낮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 자본규모에서 지방은행을 이미 추월했다”라면서 “부산은행이 올해 자산건전성 지표 개선하지 못하고 대출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실패한다면 카카오뱅크에 또 다시 추월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