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기 하방 압력 확대 분석
전문가 “정부안보다 추경 늘려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책 공백기에 접어든 우리 경제를 둘러싼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내수회복 제약과 수출 환경 악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재정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도 정부안보다 확대해 경제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단 조언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는 약 60일간 정책 공백기에 접어드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4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설비투자의 양호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소비 증가세는 미약한 수준을 보이며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단 분석이다. 지난달 소비자 심리지수는 93.4로 비상계엄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당시 극심한 위축에선 벗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기준치 100을 하회하고 있다.
수출은 연초 낮은 수준에서 일부 반등했으나 증가세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통상 여건이 악화하면서 수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KDI 측은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세계 경제 성장세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이달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대내적으론 정국 불안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란 악재가 겹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건전재정 기조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가 막을 내리면서, 재정 역할 강화론이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 논의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재난 재해 대응, 통상 및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 민생 등 3대 분야 지원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중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 협의를 지켜보겠단 방침이다.
다만, 현재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안보다 추경 규모를 확대해야 한단 의견이 나온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이 시급한 상황이고 규모도 정부가 내놓은 것보다 훨씬 더 늘려야 한다. 예비비, 국채이자, 경기대응, 감액예산 복원, 산불 대응, 세수결손에 따른 세입 경정 부분 등을 감안할 때 25조원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추경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발 늦었단 지적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재부가 상황 판단을 안이하게 하면서 필요한 시기를 놓친 면이 있다”며 “(정부가 제시한) 10조원 수준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며 “민생, 자영업자 지원이 특히 시급하다. 노후헬기 교체를 비롯한 산불 관련 예산도 추경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 편성에서 빠졌던 인공지능 부분에 대한 예산 지원 강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재정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단 비판과 함께 곧 출범할 차기 정부도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단 지적이다. 우 교수는 “지금 정부가 필요한 곳에 역할을 제대로 하질 않고 있다. 정권이 강조하던 건전재정도 제대로 되질 않았다”며 “이제 정부 역할을 복구해야 한다”고 했다.
류 교수는 “차기 정부는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 경기가 매우 좋지 않고 거의 경제 위기에 준하는 상황이다. 경제 성장률이 1%대, 또는 그 밑으로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